화성 융릉과 건릉(華城 隆陵과 健陵. 사적 제206호) 중에 화성 건릉(華城 健陵)은 조선 22대 정조와 그의 부인인 효의왕후 김씨의 무덤이다. 정조는 효성이 지극하였으며 많은 인재를 등용하고, 조선 후기의 황금문화를 이룩하였다.
화성 건릉은 현융원의 동쪽 언덕에 있었으나 효의왕후가 죽자 풍수지리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서쪽으로 옮기기로 하고 효의왕후와 합장하였다. 제향일은 매년 5월 둘째 일용일(양력)이다. 무덤은 한 언덕에 2개의 방을 갖추었으며 난간만 두르고 있고, 그 외의 모든 것은 융릉의 예를 따랐다. 혼이 앉는 자리인 혼유석이 하나만 있으며, 융릉과 같이 8각형과 4각형을 조화시켜 석등을 세웠다. 문무석은 사실적이며 안정감이 있는 빼어난 조각으로 19세기 무덤의 석물제도의 새로운 표본을 제시하였다.
건릉 주의에는 참나무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고 재실에는 오래된 향나무와 개비자나무(천연기념물 제504호)가 있다.
정조(正祖 1752∼1800, 재위 1776∼1800)는 추존 장조(사도세자)의 둘째 아들로 1776년 제21대 영조가 승하하자 왕위에 올랐다. 즉위 직후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고 천명하고 아버지의 원훈을 위로하기 위해 노력을 다했다. 문무를 겸비했던 정조는 규장각을 두어 학문 연구에 힘쓰고, 장용영을 설치하고 수원 화성을 쌓는 등 조선의 중흥을 이끌었다. 또한 영조의 탕평책을 계승하여 붕당정치의 폐해를 막기 위해 힘썼다.
효의왕후(孝懿王后 1753∼1821)는 좌참찬 청원부원군 김시묵의 딸로 1762년(영조 38) 세손빈에 책봉되고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지성으로 모셔서 영조의 총애를 받았다. 1776년 정조가 즉위하자 왕비로 책봉되었다.
조선왕릉(朝鮮王陵)은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의 보호에 관한 협약’에 따라 2009년 6월 30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519년의 역사를 지닌 조선은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삼았다. 조상에 대한 존경과 숭모(崇慕)를 매우 중요한 가치로 여긴 조선은 역대 왕과 왕비의 능을 엄격히 관리했다. 그리하여 42기 능 어느 하나도 훼손되거나 인멸되지 않고 모두 제자리에 완전하게 보존되었다. 조선왕릉은 우리의 전통문화를 담은 독특한 건축양식과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600여 년 전의 제례가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살아있는 문화유산이다.
조선왕릉 분포는 조선왕족의 무덤은 모두 122기에 이르며, 이 가운데 능이 42기, 원이 14기, 묘가 66기다. 조선왕실의 무덤은 묻힌 사람의 신분에 따라 왕과 왕비의 무덤은 ‘능(陵)’, 왕의 생모·왕세자·빈의 무덤은 왕의 사친(私親)의 무덤을 ‘원(園)’, 그 외 왕족인 대군·공주 등의 무덤은 일반인의 무덤처럼 ‘묘(墓)’로 구분되어 불렸다. 42기의 능 가운데 북한 개성에 있는 제릉(태조 원빈 신의왕후의 능), 후릉(정종과 정안왕후의 능)을 제외한 40기가 남한에 있다. 500년이 넘는 한 왕조의 무덤이 이처럼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는 것은 세계에 유례를 찾기 힘들며 문화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
조선왕릉의 가치는 형태적 보존에만 있지 않고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600년 넘게 이어져 내려온 조선왕릉 제례의식이다. 조선은 건국 이래 산릉제례를 엄격하게 지켜왔으며, 1945년 해방 후에는 ‘전주이씨대동종약원’이 능기신제(陵忌辰祭)의 전통을 이어받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매년 왕과 왕비의 제향일에 산릉제례가 엄숙하게 행해진다.
조선왕릉의 구성은 죽은 자가 머무는 성(聖)의 공간(능침공간)과 산 자가 있는 속(俗)의 공간(진입공간)이 만나는 곳(제향공간)으로 그 공간적 성격에 따라 정자각에서 왕과 왕비의 봉분(능침, 능상)이 있는 평소에는 산 자의 출입이 금지되는 성의 세계인 성역 능침공간, 홍살문에서 죽은 자와 산 자가 함께 하는 영역으로 제사를 지내는 정자각까지의 제향공간, 왕릉의 관리와 제례를 준비하는 재실에서 왕릉입구인 홍살문에 이르는 진입공간,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문화재청 문화유산정보)
* 문화재 소재지: 경기 화성시 효행로481번길 21 (안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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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일/ 문화재청 헤리티지채널 사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