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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관 같은 강화 전등사의 무설전(江華 傳燈寺 無說殿)

들풀/이영일 2015. 6. 22. 08:24

   강화 전등사의 무설전(江華 傳燈寺 無說殿, 사적 제130호)은 없을 무(無), 말씀 설(說), 전각 전(殿)으로 명명된 이름대로 ‘설법이 없는 큰집’이다. 역설적으로는 ‘비어있는 그릇’이며, 의미적으로 ‘부처님의 말씀과 하나되어 신도들의 마음을 담는 법당’이다. 지금까지 한국 불교의 가람불사(伽藍佛事)는 과거지향적(過去指向的) 이었다. 예컨대 통일신라시대의 불법(佛法)을 따라 복제(複製)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비중을 두어왔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우리 시대의 우리 정신을 담는 불교미술의 실천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에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으로 새롭고도 현대적인 감각을 추구한 강화 전등사의 무설전은 현대식 공간으로 조성한 이색적 법당이자 복합 문화공간이다. 새로운 시대에 맞춰 고정관념을 모두 벗어버린 현대불교의 진화를 보여준다. 그리스 조각처럼 흰빛을 띤 부처님과 프레스코(Fresco)기법의 후불탱화, ‘법당 속의 예술 공간’으로 계획된 신비로운 분위기를 담고 있는 법당이다.

   전등사 무설전(傳燈寺 無說殿)의 내부는 석굴암(石窟庵) 본존상(本尊像)을 참고로 해서 만든 무설전 석가모니불좌상(無說殿 釋迦牟尼佛坐像, 광화문 세종대왕상을 제작한 김영원 홍익대 명예교수 작품)과 좌우로 친근한 협시불과 70여 평의 법당 공간 위에는 설치미술작품인 999개의 연등을 달았다.

   전통 사찰의 단청이나 불상은 화려하고 무겁고 엄숙한 것이 일반적인데 지금까지의 금과옥조였던 금빛 대신 청동 불상에 흰색의 무광 폴리우레탄(polyurethane) 재료를 칠하여 금색이 아닌 흰색 불상이라는 점이 낯설다. 주불이 봉안된 돔형 공간에는 탱화대신 천정까지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다. 프로스코(Fresco) 제작기법은 젖은 회벽에 물감을 스며들게 하는 방식으로 보통 서양의 교회 등에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 프레스코 기법을 법당에 사용한 것은 전등사 무설전이 처음이다. 벽화는 탱화에서 흔히 보는 문수, 보현보살대신 석가모니의 제자 가섭과 아난을 중심인물로 삼았다는 점도 새롭다. 석가모니불 양 옆의 문수, 보현, 관음, 지장보살은 각각 아이돌 남녀 가수, 친근한 아줌마 아저씨의 얼굴을 형상화했다. 두상을 지나치게 크게 만들었던 기존의 불상과 달리 인체 비례도 균형이 잡혀있다.

   전등사 무설전(傳燈寺 無說殿)은 현대적인 분위기를 주는 건물의 법당과 미술관 ‘갤러리(Gallery) 서운(瑞雲)’이다. 대중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색채, 구상으로 예불과 공연, 전시 등 다목적 활용이 가능한 법당에는 아름다운 그림 작품들이 많이 걸려있다. 기존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 불상에서부터 불화, 공간구성과 법당의 활용 방식까지 완전히 다른 개념의 획기적인 불사로 평가된다. 입구 벽 전체를 현대미술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꾸며져 있어 법당이라기보다는 마치 현대미술관에 있는 느낌이다. 전등사 무설전은 템플스테이관 밑 지하 공간 495㎡을 활용하여 2012년 11월 5일 문을 열었다. (자료출처: 전등사 문화유산정보)

* 문화재 소재지: 인천 강화군 길상면 전등사로 37-41 ( 온수리 산41)

* donga Jounalog: http://blog.donga.com/yil2078/archives/23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