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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수당 진찬도(奉壽堂 進饌圖,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266호)

들풀/이영일 2015. 6. 24. 09:03

 

   봉수당 진찬도(奉壽堂 進饌圖,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266호)는 동국대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화성능행도병(華城陵幸圖屛) 8폭 중의 한 폭으로 정조가 1795년(정조 19년) 윤2월 9일부터 16일까지 8일간에 걸쳐 화성에 있는 부친 사도세자(思悼世子, 1735-1762)의 묘소인 현륭원에 행행(行幸)했을 때의 주요 행사를 그린 병풍으로 그 중 봉수당 진찬도는 현륭원 행차 가운데 가장 중요한 행사로 혜경궁 홍씨의 탄신 일주갑을 기념하여 베풀어진 진찬 장면을 그린 작품이다. 진찬례는 화성행궁에 도착한지 사흘째인 윤2월 13일에 봉수당에서 거행되었으며, 이 연회에는 친인척 82명이 초대되었다 한다.

  그림은 화면 상단에 봉수당을 포치하고, 중량문을 지나 하단의 좌익문을 연결하는 행각과 담장으로 구획되어 있다. 그 안쪽으로는 진찬광경이 그려져 있다. 봉수당 앞 계단에서 뜰에 이르기까지 임시로 덧마루를 설치하고, 대형 차일이 쳐진 백목장(白木帳)을 둘러 공간을 구분하였다. 봉수당 온돌방에 마련되어 있는 혜경궁과 내외명부의 자리는 주렴으로 가려져 있고, 보계의 왼편 앞쪽에는 병풍을 둘러쳐져 있으며, 그 안쪽에는 호피보료방석이 보이는데, 이는 정조의 자리임을 암시한다. 물론 위대한 인물을 그려 넣지 않는 조선시대 기록화방식을 따라 정조의 모습은 그려져 있지 않다. 흥미로운 것은 호피방석이 2006년 보물 제1498호로 지정된 조선후기 문인초상의 방석과 유사하다는 점으로서, 정조 년간 상층계층에서 유행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덧마루 위에는 융복(戎服)차림의 의빈(儀賓)과 척신(戚臣)들이 좌우로 나누어 쭉 앉아 있으며, 그 중앙에는 여령(女姈)들이 음악에 맞추어 일종의 공연을 펼치고 있다. 중앙문 밖에는 어가를 호위해 온 백관(百官)들이 융복(戎服)차림으로 서로 마주보고 앉아 있는데, 찬탁(饌卓)위에는 술잔과 함께 하사받은 꽃(종이꽃)이 꽃혀 있다.

   봉수당 진찬도는 동국대학교 소장본 외에도 국립중앙박물관과 리움삼성미술관, 고궁박물관, 일본 교토대학 문학부 박물관에도 소장되어 있는데, 전체적인 형식은 같지만 세부묘사에 있어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동국대학교본은 다른 진찬도에 비해 채색의 농도가 짙고, 묘사가 대체로 정밀하며 마치 위에서 본 듯 축약된 병풍 화면형태나 병풍 폭의 꺽이는 부분묘사, 인물들의 실감나는 동작 표현 등은 여타본 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와나 함 등에 명암이 절묘하게 구사되어 있는 점 등은 행사가 행해졌던 시기보다는 좀 더 후인 19세기 경에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작품은 비록 단폭(單幅)으로만 전해오지만, 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하며 가필의 흔적이 없고 19세기 기록화로서 자료적 가치가 높다.

* donga Jounalog: http://blog.donga.com/yil2078/archives/159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