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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만든 아름다운 정원 영양 서석지(英陽 瑞石池)

들풀/이영일 2015. 7. 13. 07:14

영양 서석지(英陽 瑞石池, 중요민속문화재 제108호)는 광해군 5년(1613) 성균관 진사를 지낸 석문 정영방(石門 鄭榮邦, 1577-1650)이 조성한 조선시대 민가(民家) 연못의 대표적인 가로 13.4m 세로 11.2m 깊이 1.3∼1.7m의 연못이다. 자양산(紫陽山)의 남쪽 완만한 기슭에 위치한 연못을 중심으로 경정(敬亭)·주일재(主一齋)·수직사(守直舍)·남문(南門) 등의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경정(敬亭: 지당을 내려다보며 인품을 수양하는 정자)은 정면4칸, 측면2칸, 팔작 기와지붕으로 지당을 내려다보며 인품을 수양하는 정자로 넓은 대청과 방 2개로 되어있는 큰 정자이다. 방지(方池)의 북단에 있는 3칸 서재인 주일재(主一齋: 사우단(四友壇)에 접한 서재(書齋))는 운서헌(雲棲軒)이라고 쓴 현판이 걸려있다. 주일재 한 쪽에 있는 노을이 깃든 마루인 서하헌(棲霞軒)이 있다.

주일재(主一齋) 앞에는 연못쪽으로 돌출한 석단(石壇)에는 생물경관(生物景觀)인 사우단(四友壇)을 만들고 소나무·대나무·매화·국화(松·竹·梅·菊)를 심어 선비의 지조를 상징하였다. 공자를 받들어 정문 앞에 심은 은행나무 단(杏亶)이 있다. 4백 년 된 이 은행나무가 현재까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 못 가운데는 연을 심어 연꽃 향기를 품고 있다. 연꽃은 진흙탕에서도 때 묻지 않은 청정의 빛으로 태어난다. 어지러운 세상에서도 고고한 이상적인 군자의 모습에 투영이라 본다. 정자 마루 위에는 정기(亭記), 중수기(重修記) 경정운(敬亭韻) 등 당시의 대명절의(大明節義)로 이름난 명사들의 시가 보존되어 있어 당시의 사회상과 선비들의 생활상 및 주변에 가꾸었던 식물에 관한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경정의 경(敬)은 유학자들의 학문을 이루는 처음이자 끝이었다.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해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경지가 곧 경(敬)이다. 선생은 자신의 정원에 은거하며 평생 경(敬)을 추구했다고 한다.

연못은 사우단을 감싸는 'U'자형의 모양을 하고 있다. 연못의 동북쪽 귀퉁이에는 산에서 물을 끌어들이는 도랑을 만들었고, 반대편의 서남쪽 귀퉁이에는 물이 흘러나가는 도랑을 만들었다. 각양각색의 형태로 솟아있는 연못 안의 크고 작은 돌을 '서석군(瑞石群)'이라 하는데, 이 연못의 이름이 여기에서 유래하였다. 돌 하나하나에 모두 이름이 있어 선생의 학문과 인생관은 물론, 은거생활의 이상적 경지와 자연의 오묘함과 아름다움을 찬양하고 심취하는 심성을 잘 알 수 있게 해준다.

서석지(瑞石池)는 상서(祥瑞)로운 돌이 가득한 지당(池塘)이란 뜻으로 주어진 환경을 잘 살린 품격(品格)있는 정원이다. 연못 바닥을 형성하는 크고 작은 암반들이 각양각색의 형태로 놓여있는 돌 하나하나에 모두 명칭이 붙어 있다. 연못 수면에 침수된 돌이 30여 개, 수면 밖으로 드러난 60여 개의 상운석(祥雲石) 등 90여 개의 돌이 물속에 잠기기도 하고 드러나기도 하여 전통 정원 조경미의 오묘한 정취를 느끼게 한다.

자연석은 모양에 따라 생물과 자연현상, 신선의 세계 기원, 주인의 의지 반영 등을 나타낸 봉운석(封雲石: 학의 머리를 두른 구름돌), 상운석(祥雲石: 상서로운 구름 돌), 조천촉(調天燭: 하광채를 뿜는 촛대 돌), 낙성석(落星石: 별에서 떨어진 돌), 화예석(花蘂石: 꽃과 꽃술을 감상하는 돌), 희접암(戱蝶巖: 나비가 노는 돌), 옥성대(玉成臺: 옥을 쌓아 만든 대)옥계석(玉界石: 옥으로 만든 자 돌), 관락석(觀瀾石: 물결을 처다 보는 돌), 와룡암(臥龍巖: 못 속에 웅크린 용), 어상석(漁狀石: 물고기 돌), 토예거(吐穢渠: 더러운 물을 쏟는 돌), 선유석(仙遊石: 신선이 노는 돌), 상경석(尙絅石: 높이 존경받는 돌), 란가암(爛可岩: 문드러진 도끼자루 돌), 분수석(分水石: 둘로 갈라져 물이 떨어지는 돌), 쇄설강(灑雪矼: 눈 흩날리는 징검다리), 기평석(碁枰石: 바둑 두는 돌), 영귀제(咏歸堤: 귀향을 노래하는 언덕), 통진교(通眞橋: 선계(神仙)로 건너는 다리 돌), 수륜석(垂綸石: 낚싯줄 드리우는 돌), 탁영반(濯纓盤: 갓끈 씻는 바위) 등이 소우주를 형성하면서 흩어져 있다. 꽃과 돌에게 하나하나의 상징적 의미를 부여 하였다, 특히 여기서 탁영(濯纓)이란 갓끈을 씻고 신선이 되고 싶다는 뜻이다. 세상이 바를 때는 나가서 벼슬을 하고, 어지러울 때는 운둔 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선비에게 있어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는 것은 일상 이였다. 서석지 정원을 따라 거닐면서 아흔 개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시를 짓는 일이였고 그 자체가 그림 이였다. 평범한 자연 속에 시와 그림을 넣는 시정(詩情)의 흐름이 있다. 독특한 조원방식(造園方式)은 이 오래된 정원 품속에서 살아왔던 꿈꾼 사람의 이상향 이였다.

정원(庭園)은 내원(內園)과 외원(外園)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내원은 정관·사고·독서 등 사생활을 위한 인공적인 공간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외원은 병풍바위로 되어 있어 수려한 천혜의 선경을 이루고 있다 내원과 외원의 공간 비는 1:3으로 공간미의 아름다움을 강조했고, 화려한 꽃보다는 청초한 식물을 가꾸었다 외부와의 시계를 차단하지 않도록 배려하였으며, 정원 마당에는 잔디를 심었다.

담양 소쇄원, 완도의 세연정과 더불어 조선시대 3대 민가의 연못으로 손꼽히는 대표적인 정원이 바로 영양의 서석지다. 이곳에는 못 가운데 연꽃을 심고 못 전체에는 마을 주변에서 나는 아흔 개의 크고 작은 암석을 배치했다. 서석지는 자연을 끌여들여 오래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자연의 정취를 듬뿍 느끼게 한다.

석문 선생은 이 연못에 유난히 흰 빛의 암석을 배치하고 상서로운 돌이라는 뜻으로 서석 이라고 불렀다. 이름 없는 돌 하나하나에도 이름을 지어 주었다. (자료출처: 문화재청, 영양군청 문화관광과 문화유산정보)

* 문화재 소재지: 경북 영양군 입암면 서석지 1길 10(연당리 394-2)

* donga.com Jounalog: http://blog.donga.com/yil2078/archives/244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