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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의선사(艸衣禪師)와 보름달과 차(茶) 이야기

들풀/이영일 2015. 9. 28. 13:19

 

  초의선사(草衣禪師, 1786-1866)께서는 조선 후기의 대선사로서 다도의 이론과 실제를 정립하고 다산 정약용(1762∼1836), 소치 허련(1809∼1892), 그리고 평생의 친구가 되는 추사 김정희(1786∼1856) 등과 폭넓은 교유를 가졌는데, 초의는 ‘동다송(東茶頌)’을 지었으며 우리 토산차를 예찬하고 차 문화를 꽃피웠다.

  한국 다도(茶道)의 중흥조(中興祖)인 다성(茶聖) 초의선사는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 속성은 인동 장씨(張氏) 의순(意恂), 자는 중부(中孚)이다. 초의(草衣)는 그의 법호이며 그 밖에 해옹, 해노사, 자우산방, 휴암병선, 자하도인, 우사, 해상야질인, 일지암이라고 하였으며 헌종으로부터 대각등계보제존자 초의대선사라는 시호를 받았다.

  선사는 19세 때 영암 월출산에 혼자 올랐다가 때마침 해가 지면서 보름달이 바다 위로 솟아오르는 것을 바라보고 일순간 가슴이 확 트이는 것을 경험하면서 깨달음(開悟)을 얻었다.

  초의선사의 사상은 선(禪)사상과 다선일미(茶禪一味)사상으로 집약되는데 특히, 그의 다선일미 사상은 차를 마시되 법희선열(法喜禪悅)을 맛본다는 것이다. 즉, 차(茶) 안에 부처님의 진리[法]와 명상[禪]의 기쁨이 다 녹아있다는 것이다. 선사의 선사상에서 주목되는 것은 당시 불교계가 전(專)∙선(禪)일변도로 흐르고 있는 사조에 반해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진리를 구현하려고 노력하였다는 점이다. 즉 선사는 언제나 제법불이(諸法不二)를 강조하여 그에게는 차(茶)와 선(禪)이 둘이 아니고 시와 그림이 둘이 아니며 시와 선이 둘이 아니며 다선(茶禪)삼매(三昧) 에 들곤 하였다. 맑은 차 한 잔의 맛과 멋을 초의는 이렇게 노래한다.

  “一傾玉花風生腋/ 身輕已涉上淸境/ 明月爲燭兼爲友/ 白雲鋪席因作屛 - 옥화 한잔 기울이니 겨드랑에 바람 일어/ 몸 가벼워 하마 벌써 맑은 곳에 올랐네./ 밝은 달은 촛불 되어 또 나의 벗이 되고/ 흰 구름은 자리 펴고 병풍을 치는구나. [동다송 제16송 의역]

  “어제 밤에 뜬 보름달은 참으로 빛났다/ 그 달을 떠서 찻잔에 담고/ 은하수 국자로 찻물을 떠/ 차 한 잔에 명상한다.// 뉘라서 참다운 차(茶) 맛을 알리요/ 달콤한 잎 우박과 싸우고/ 삼동(三冬)에도 청정(淸淨)한 흰꽃은 서리를 맞아도/ 늦가을 경치를 빛나게 하나니// 선경(仙境)의 살빛같이도 깨끗하고/ 염부단금(閻浮檀金)같이/ 향기롭고도 아름다워라. (자료출처: 차생활문화대전, 홍익재.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달 사진 문인화가 예새 서주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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