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토당토 회원들은 한국문학(韓國文學)의 산실(産室) 박경리문학공원(朴景利文學公園) 기행을 10월 9일(금) 한글날 가졌다.
박경리(朴景利, 박금이, 1926-2008)약력: 소설가, 전 대학교수, 진주여자고등학교 졸업, 이화여자대학교 문학 명예박사
토지의 영원한 고향 원주: 2008년 5월 5일, 한국 근대사를 수려한 필체로 그린 대하소설《토지》를 통해 우리 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소설가 박경리가 향년 8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원주는 1980년부터 박경리가 정착하여《토지》4, 5부를 집필한 박경리의 삶과 문학 혼이 깃든 고향이다. 박경리문학공원은 2008년 8월 15일부터 토지문학공원에서 명칭이 변경되었으며《토지》속의 주요 배경을 테마 공원으로 조성해 작가의 문학 세계를 탐방할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공원 내에는 단구동 옛집과 작가가 직접 가꾸었던 텃밭이 있으며 전시관으로 이용되는 2층 건물의 관리사무소 앞에는 경남 하동의 평사리 들녘을 연상할 수 있는 평사리 마당을 조성하였고, 옛집 위쪽으로는 홍이동산, 그 아래로 멀리 간도 용정의 벌판을 연상하게 하는 용두레벌을 조성하여 답사객들이 작품과 작가의 문학 세계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토지문화관: 1999년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에 개관하였다. 삶과 환경의 바탕이 되는 문화와 사상의 새로운 이념정립을 통해 우리 삶의 질을 고양하고 한국 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설립되었으며 전도유망한 학자, 예술가의 창작과 저술을 위하여 창작실(귀례관)을 마련하여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토지문화관 바로 옆에 있는 사택은 소설가 박경리가 1998년부터 2008년 5월 타계할 때까지 거주하였던 2층집이 있어 작가의 소탈하고 인간적인 면도 함께 볼 수 있다.
토지(土地) 대하소설은 총 5부로 제1부는 1969년 9월부터『현대문학』에, 제2부는 1972년『문학사상』에, 제3부는 1978년『주부생활』에, 그리고 제4부는 1978년『월간경향』, 1983년『정경문화』및『마당』에, 제5부는 1992년 9월 1일부터『문화일보』에 연재하여 25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다. 작가는 1973년 나온 제1부 서문에서 “내게서 삶과 문학은 밀착되어 떨어질 줄 모르는, 징그러운 쌍두아(雙頭兒)였더란 말인가”라고 고백하고 있는데, 암이라는 지병과 싸우면서 이룩해 낸 근대 우리문학의 걸작이다.
토지는 우리의 근대사를 민초들의 생활상을 통해서 그렸다는데 점, 그리고 신분질서의 와해와 일제의 침략으로 인해 겪는 백성들의 수난사를 거대한 역사의 파노라마 속에 재현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토착적이고 전통적인 세계에 대해 뜨거운 애정을 보이면서도 근대적인 것 앞에서 몰락해 가는 군상들을 냉철하게 묘사하고, 우리의 역사를 민중주체적 시각에서 담아내고 있다. 박경리는 “글을 쓰지 않는 내 삶의 터전은 아무 곳에도 없었다”고 고백한 바 있는데, 토지를 통해 작가 박경리의 본질을 향한 끊임없는 탐색과 글쓰기에 대한 정성을 엿볼 수 있다. 강렬한 민족애와 역사의 문학적 형상화, 토속어의 구사, 인물의 생생한 묘사 등으로 우리 근대 문학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작품이다.
소설 ‘토지’의 줄거리로 1부는 1897년 한가위부터 1908년까지 약 10년간, 경남 하동의 평사리를 무대로 하여 5대째 대지주로 군림하고 있는 최참판가와 그 소작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1860년대부터 시작된 동학운동, 개항과 일본의 세력강화, 갑오개혁 등이 토지 전체의 구체적인 전사(前史)가된다. 구천과 별당아씨의 도주사건으로 동학 장군 김개주와 윤씨부인에 얽힌 비밀이 차차 풀려나가는 가운데, 신분문제와 이기적 욕망에 사로잡힌 귀녀와 평산 등이 최치수를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1902년 전염병의 창궐과 1903년의 대흉년, 조준구의 계략으로 결국 최참판가가 몰락하게 되자, 1908년 서희는 조준구의 세력에 맞섰던 마을 사람들과 함께 간도로 이주한다. 2부는 1부의 마지막으로부터 약 2~3년이 경과한 1910년부터 약7~8년간 간도에 정착한 서희 일행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경술국치 이후 간도 이민 현상과 독립운동의 여러 면모, 가치관의 변전 등, 당시 간도 한인사회(韓人社會)의 삶의 모습이 자세히 묘사된다. 서희는 공노인의 도움으로 용정에서 대상(大商)으로 성장하나, 함께 온 농민들은 외지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다. 서희와 길상의 혼인, 구시대를 대표하는 김훈장의 죽음, 임이네의 끝없는 물욕, 이용과 월선의 애끊는 사랑과 월선의 감동적인 마지막 모습, 일본의 밀정이 된 김두수와 길상을 중심으로 한 독립운동가들의 대립 등이 펼쳐진다. 3부는 최서희 일행이 간도에서 귀국한 다음해인, 1919년 가을부터 1929년 광주 학생 운동까지 약 10년여의 세월을 다루고 있다. 주된 공간 배경은 1920년대 서울, 진주, 만주 등으로 점차 확대된다. 특히 일제에 의하여 추진된 자본주의화와 경제적 억압이 도시를 중심으로 포착되고, 여기에 이상현을 중심으로 3.1 운동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지식인 집단의 갈등과 혼란이 엮어진다. 조준구에 대한 복수를 완결한 서희의 허무감, 김환을 중심으로 한 지리산의 의병 활동, 송관수를 중심으로한 형평사 운동, 간도와 만주의 망명객들의 생활, 이상현과 기화의 불륜, 임명희와 조용하, 이홍과 허보연의 결혼이 그려지며, 임이네와 용이, 기화와 김환 등이 죽음을 맞이한다. 4부는 1929년의 원산 노동자 파업에서부터 만주사변, 남경대학살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인 상황이 주로 지식인들의 입을 통해 생생하게 증언되고 농촌 붕괴와 도시 유랑민들의 증가 등 1930년대 일제의 폭압과 혼란상이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통해 전개된다. 특히 조선과 일본의 역사와 문화예술, 사상, 민족성 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전편을 통해 폭넓게 제시된다. 서희의 아들 환국과 윤국의 성장, 길상의 출옥, 군자금 강탈 사건 이후 만주로 도피하는 송관수의 갈등, 명희의 이혼과 새로운 삶, 유인실과 일본인 오가다의 사랑, 그리고 인실의 도피와 변신들이 그려진다. 5부는 1940년경부터 1945년 해방에 이르기까지 억압을 견뎌내야 했던 민족의 삶이 확대된 공간을 오가며 다양하게 펼쳐진다. 서희는 박의사의 죽음, 양현과 영광의 슬픈 사랑을 보며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인실과 오가다의 재회, 길상의 관음 탱화 조성, 소목장이 된 조병수, 아버지 조준구의 처절한 죽음, 후일담 형태로 채워지는 평사리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로 주요 인물간의 얽혔던 한이 한겹씩 풀어진다. 또한 해도사와 소지감 등을 중심으로 한 지리산 모임, 이홍의 딸 상의의 일본인 학교생활, 일본인 앞잡이가 된 우개동의 행패 등을 통해 일제말의 현실이 적극적으로 그려진다. 1945년 8월 15일, 양현은 강가에 나갔다가 일본의 항복 소식을 듣고 이를 서희에게 전한다. "그 순간 서희는 자신을 휘감은 쇠사슬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1897년부터 반세기 가까이 달려온 土地의 마지막 장면이다.
청태산자연휴양림(靑太山自然休養林, 강원 횡성 둔내면 청태산로 610)은 해발 1,200m의 청태산을 주봉으로 하여 인공림과 천연림이 조화를 이루고, 잣나무, 전나무 등 아름드리 침엽수가 우거진 거대한 삼림욕장으로 특히 높이 약 15m에 지름 30㎝ 정도의 잣나무가 주류를 이루어 낮에도 하늘이 잘 보이지 않는 시원한 삼림욕으로 얼토당토 회원들의 박경리문학 기행을 마무리 하였다. (자료출처: 박경리문학공원, 마로니에북스, 한국현대문학대사전 정보)
* 문화재 주소지: 강원 원주시 토지길 9-11 박경리문학공원(단구동)
* donga.com Jounalog: http://blog.donga.com/yil2078/archives/26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