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사적 제117호)의 후궁과 궁녀들의 공간 함화당(咸和堂)과 집경당(緝敬堂)은 교태전 북쪽인 아미산 너머에는 흥복전 일원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이 일대는 후궁과 궁녀들을 위한 영역이다. 침전으로 쓰였던 수많은 전각과 복잡한 행각들은 거의 사라지고, 현재는 함화당과 집경당만 남아 있다. 이나마도 일제가 동궁터에 지은 조선총독부 박물관을 운영하면서 사무실로 쓰기 위해 헐지 않아 남아 있는 것이다. 지금은 사라진 흥복전은 빈궁전(嬪宮殿)으로서 중궁전인 교태전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으되 격은 한 단계 낮추어 지었다. 그런데 신전왕후가 이곳 흥복전에서 승화한 것으로 보아 대비전의 용도로도 쓰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함화당과 집경당은 복도로 연결되어 있으며, 고종이 건청궁에 머물 당시 여기서 외국 사신을 접견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당시의 함화당과 집경당 모습을 추정해 볼 수 있는 <북궐도형>에 의하면 함화당과 집경당을 잇는 복도 사이에는 샛담을 두어 계명문(啓明門)이란 일문(日門)은 남쪽 담의 문으로, 영춘문(迎春門)이란 월문(月門)은 북쪽 담의 문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주변에 담장을 두어 여러 채의 부속 건물과 문을 두었음도 알 수 있다. 함화당 우측 담장으로 영지문은 경복궁 장독대인 장고와 태원전으로 이어진다. 계명문과 남행각 중간의 승광문, 함화당 외곽의 진덕문으로 들어가면 샛담이 있고 왼쪽으로 함화당으로 들어가는 승광문이 있다. 진덕문에서 본 행각과 샛담을 두어 남행각과 외행각으로 구분 했다. 남행각에 승광문이 있다. 정면이 외각문인 진덕문, 우측에 승광문, 함화당 후원 왼쪽문이 향원정으로 나가는 창무문, 가운데가 집경당 후원으로 나가는 영춘문, 집경당의 봉양문(鳳陽門), 향명문(嚮明門)이 있다.
집경당(緝敬堂)의 집경(緝敬)은 ‘계속하여 공경한다’는 뜻으로 <시경>의 대아·문왕편에 나오는 집희경지(緝熙敬止)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함화당(咸和堂)의 함화(咸和)는 ‘모두가 화합한다’는 뜻이다.
* 수다문과 궁녀들의 소망: 흥복전의 서행각에는 수다문(受多門)이 있었다. 수다문은 왕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싶었던 후궁과 궁녀들의 소망을 그대로 반영하듯 ‘많이 받는다’는 뜻을 담고 있어 눈에 뛴다. 왕으로부터 승은을 입은 궁녀는 겉치마를 뒤집어 입어 표시를 하고 그 후로는 여느 궁녀들과 다른 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하룻밤 승은을 입었다고 해서 후궁이 되는 것도 아니고, 후궁이 된 뒤에도 매일 왕의 부름을 기다리며 애태우던 여인네들에게는 ‘수다문’이라는 이름이 남다르게 느껴졌을 법하다.
* 문화재 소재지: 서울 종로구 사직로 161번지 (경복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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