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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의 생활이 묻어있는 왕비의 침전, 경복궁 교태전(景福宮 交泰殿)

들풀/이영일 2016. 11. 13. 11:53

  경복궁 교태전(景福宮 交泰殿)은 왕비의 침전으로 내명부를 다스리던 정치적인 공간이자 일상생활을 하는 중궁전 또는 중전이라 불린다. 1440년(세종 22)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교태(交泰)의 뜻은 ‘천지, 음양이 잘 어울려 태평을 이룬다’이다. 주역(周易)의 64괘 중 태(泰)괘에서 따온 것인데 괘의 형상은 위로는 곤(坤)이고 아래는 건(乾)이 합쳐진 모양이다. 지천태(地天泰), 즉 하늘과 땅의 기운이 조화롭게 화합하여 만물이 생성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교태전의 규모는 정면 9칸 측면 5칸이며 장대석 4벌대로 기단을 쌓아 장방형의 큰 규모의 전각으로 지붕에는 강녕전과 같이 용마루가 없다. 우측에는 원길헌(元吉軒)이 위치하고, 좌측에 함홍각(含弘閣), 동북쪽에 건순각(健順閣)이 부속 건물로 연결되어 있다.

   양의문(兩儀門)은 양쪽의 붉은 벽돌로 된 굴뚝이 있는데 이것은 강녕전의 온돌과 연결된 굴뚝을 뒤로 빼서 강녕전과 교태전 사이에 굴뚝을 놓을 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은데다가 온돌과 굴뚝과의 거리를 멀리하면 화기를 오래 담아 난방 효과를 더 볼 수 있을 것이다.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져 있다.

   양의문은 강녕전의 대문인 향오문(嚮五門)과 특히 다른 점은 향오문은 두 짝으로 둔중한 데 비해 양의문은 여섯 짝으로 가볍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교태전은 여인들의 처소였으므로 여인들이 힘 들이지 않고 여닫을 수 있도록 배려한 조상들의 마음 씀씀이를 읽을 수 있다.

교태전 뒤에는 궁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여인들을 위해 경회루의 못을 파서 나온 흙으로 쌓아서 4계단 정원이라 화계 아미산(蛾嵋山)이라는 왕비의 후원이 있다.

   경복궁의 전각과 문들은 주역(周易)과 밀접한 관계로 이름을 붙였다. 교태전(交泰殿)으로 들어가는 양의문(兩儀門)은 음양을 의미하는 뜻으로 하늘과 땅, 남자와 여자, 주역에서는 역(易)에 태극이 있으니, 태극이 양의(兩儀)를 낳고 양의가 사상(태양, 소양, 소음)을 낳고 사상이 팔괘를 낳으니, 팔괘는 길흉을 정하고 길흉이 큰 사업을 낳는다고 하였다. 양(兩)자는 속체로 써서 가운데 세로획이 생략되었다 교태전 이름처럼 왕과 왕비가 만나 잘 교통하여 후손을 많이 낳기를 바라는 뜻을 중전의 침전에 담고자 한 것이다.

   원길헌(元吉軒)은 교태전 동쪽에 붙어있는 건물로 ‘크게 선하여 길하다’는 뜻이다. 함홍각(含弘閣)은 교태전 서쪽에 붙어 있는 건물로 주역의 함홍광대(咸弘光大)에서 따온 말로 ‘포용하고 너그럽다’는 뜻이다. 교태전 후원의 아미산으로 가는 문으로 함형문(咸亨門)은 품물함형(品物咸亨)에서 온 말로 ‘만물이 모두 형통한다.’는 의미다. 건순각(健順閣)은 교태전 후원에 교태전과 이어진 건물로 건(健)은 굳세며 순(順)은 유순함을 줄인 말이다. 주역에는 ‘하늘의 운행이 굳세니 군자가 스스로 힘쓰고 쉬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연휘문(延暉門)은 교태전 뒤뜰 건순각으로 들어가는 동쪽 문, 연휘(延暉)란 ‘밝은 빛을 맞이한다’는 뜻이다.

   교태전 행각의 현판들로 동쪽부터 만통문(萬通門: 만물이 형통하여 태평함), 체인당(體仁堂: 어짊을 체득한다), 승순당(承順堂: 받들어 순종한다), 보의당(輔宜堂: 천지의 마땅함을 돕는다), 내순당(乃順당: 순종하여 하늘을 받든다), 재성문(財成門: 계획하여 이룬다)이 있다.

   전하(殿下)란 왕의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호칭은 궁궐의 전각과 관련이 있는 말로 ‘전하’는 ‘전각 아래에서 엎드려 우러러본다’는 극존칭으로 ㅇㅇ전(殿)에 사는 왕이나 왕비에게 붙이는 것이다. 왕비침전은 궁궐 한 가운데 있고 궁궐 생활의 중심이 되는 곳이기 때문에 ‘중궁전(中宮殿)’이하고, 왕비는 ‘중전(中殿)마마’라 칭한다. 세자가 거처하는 곳은 내전의 동편에 배치하고 그 지역을 동궁(東宮)이라 불렀다. 세자를 동궁이라 부르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경복궁의 강녕전과 교태전은 창덕궁의 침전이 1917년에 소실되자 일제는 목재를 조달한다는 명분으로 뜯어서 창덕궁의 희정당과 대조전을 짓는데 사용했다. 현제의 강녕전과 교태전은 1995년에 복원한 것이다.

■ 경복궁 아미산 굴뚝(景福宮 峨嵋山 굴뚝, 보물 제811호)은 왕비의 생활공간인 교태전 온돌방 밑을 통과하여 연기가 나가는 굴뚝으로, 지금 남아 있는 것은 고종 4년(1867) 경복궁을 다시 지으면서 새로 만든 것이다.

   아미산(峨嵋山)은 중국 사천성에 있는 불교와 도교의 성지다. 아미(蛾嵋)는 ‘아름다운 눈썹’이라는 뜻으로 왕비의 후원으로 딱 어울리는 이름이다. 계단마다 괴석, 방형석지, 연꽃모양 수조 등을 사철 꽃과 어울리게 설치하였고 ‘노을이 내려 앉은 연못’ 이라는 뜻의 낙하담(落霞潭), ‘달을 머금은 연못’이라는 뜻의 함월지(涵月池)가 있다.

   아미산 굴뚝(峨嵋山 굴뚝)은 계단식 화단과 땅 밑으로 연기 길을 내어 후원으로 뽑아낸 꽃무늬가 들어간 붉은 색의 4개 굴뚝이 6각형 모양으로 서있다. 굴뚝 벽에는 덩굴무늬, 학, 박쥐, 봉황, 소나무, 매화, 국화, 불로초, 바위, 새, 사슴 따위의 무늬를 조화롭게 배치하였다. 각 무늬는 벽돌을 구워 배열하고 그 사이에는 회를 발라 면을 구성하였다. 십장생, 사군자와 장수, 부귀를 상징하는 무늬, 화마와 악귀를 막는 상서로운 짐승들이 표현되어 있다. 굴뚝의 위쪽 부분은 목조건물의 형태를 모방하였고 그 위로 연기가 빠지는 작은 창을 설치하였다.

   아미산 굴뚝은 굴뚝의 기능을 충실히 하면서 각종 문양 형태와 그 구성이 매우 아름다워 궁궐 후원 장식 조형물로서 훌륭한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자료출처: 문화재청 문화유산정보)

* 문화재 소재지: 서울 종로구 사직로 161. 경복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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