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아름다운 속삭임이 있는 자연에서 꿀벌들의 부지런함을 자세히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꿀과 꽃가루를 동시에 수집 하느라 수련 꽃을 옮겨 날면서 자연의 행복한 나눔의 속삭임이다. 필자는 젊은 시절 꿀벌치기를 10여 년의 경험이 있다. 철저한 조직사회의 질서에 경외감까지 느끼곤 했었다. 꿀벌 중 일벌은 자기 공동체가 있는 집 주변에서만 적을 공격하고 공동체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잡아서 괴롭힐 경우를 제외하고는 벌침으로 공격하는 경우가 없다. 양봉꿀벌을 생태적으로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인류가 꿀벌을 사육한 것은 5천 년 이전으로 추정된다. 이집트의 인주나 왕의 무덤에서도 발견되었으며 성경 기록에도 자주 나온다. 한국에서는 2000년 전부터 꿀벌을 사육하기 시작했다고 하며 삼국시대부터 중국으로 부터 동양종 꿀벌을 수입해 양봉이 보급되었다. 현재의 양봉은 독일인 선교사에 의해 이탈리안종 양봉꿀벌이 들어와 시작되었다. 토종 재래꿀벌인 경우에는 몸길이가 약 12mm 정도이며 전체적으로 노란색 털이 덮여 있다.
꿀벌(honeybee)은 꿀을 만드는 벌 모두가 포함되며, 꿀벌속(―屬 Apis)에 속하는 4가지 벌이 있다. 그렇지만 꿀벌이라는 말은 보통 양봉꿀벌(Apis mellifera) 한 종(種)을 가리키는 말로, 양봉꿀벌은 유럽양봉종 또는 서양꿀벌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꿀벌속의 다른 종들은 아시아에 국한되어 있는데, 애꽃벌(A. florea)은 작은 꿀벌로 중앙아시아에서 나무에 둥지를 지어 살고, 큰꿀벌(A. dorsata)은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 중부에서 살며, 직경이 거의 3m나 되는 벌집을 만들기도 한다. 동양재래종(A. cerana)은 아시아 지역(한국 포함)에서 살고 있다. 이밖에도 꿀벌속에 속하는 수많은 품종·아종·계통(strain)이 있다.
양봉꿀벌(A. mellifera)은 길이가 약 1.2㎝이지만 계통에 따라 크기가 다르며, 머리·가슴에는 강모가 나 있고 계통에 따라 색깔도 다양하다. 2개의 큰 겹눈과 3개의 홑눈은 머리 꼭대기에 있으며 예리한 시력과 함께 예민하게 냄새를 감지할 수 있는 2개의 더듬이를 가지고 있다.
꿀벌은 조직사회를 형성하여 생활하는데, 일벌이 먹이가 있는 곳을 팔(8)자모양의 춤으로 알려주어서 공유할 만큼 공동체의식이 강하다. 여왕벌은 수벌과의 번식을 통해 대를 잇는데, 할일이 끝난 수벌은 공동체 유지를 위해 무리에서 추방당하거나 살해당한다. 여왕벌이 알을 낳아서 애벌레가 부화하면 일벌은 여왕벌이 될 벌에게만 로열 젤리를 먹여서 다음 대를 준비한다.
모든 꿀벌은 둥지나 벌통에서 함께 사회생활을 하며 3가지 계급으로 되어 있는데 덜 발달한 암컷인 일벌, 일벌보다 큰 여왕벌, 일벌보다 크고 이른 여름에만 볼 수 있는 수벌이 있다. 일벌과 여왕벌은 침이 있으나 수벌은 없고, 여왕벌이나 일벌은 산란하지만 여왕벌의 알만 수벌의 정자와 수정하여 암벌로 발달하고 일벌이 낳은 알은 모두 수벌로 된다.
여왕벌은 여왕벌로 부화되는 것이 아니고 일벌의 타액선(唾液腺)에서 분비되는 물질인 로열젤리를 먹을 때 여왕벌로 되는 것이다. 여왕벌은 태어날 때부터 대접이 다르다. 우선 집도 다른 일벌, 수벌과 차이가 날 정도로 크며, 그 형태도 확연하게 다르다. 여왕벌은 알로 3일, 유층으로 5.5일, 번데기 7.5일을 지나 총 16일 이후에 우화(羽化)한다. 여왕벌은 원래부터 종자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선택 되어 진다. 유충기에 일반 일벌들은 3일 동안만 로얄제리를 먹고 자라지만 여왕벌은 일생을 로얄제리만을 먹는다.
우화 후 7일가량 되면 혼인비행을 위해 집을 떠나 제일 힘이 세고 끈질긴 수벌과 교미를 한다. 우화된 후 여왕벌은 먼저 있던 왕벌과 투쟁하여 단 한 여왕벌만 둥지에 남게 되는데 그곳에 먼저 있던 여왕벌은 공격을 피하여 벌떼를 데리고 나가 다른 곳으로 가서 새로운 사회(分蜂)를 이룩하게 한다. 여왕벌은 앞다리로 방의 지름을 감지하고 작은방에는 일벌의 알을 낳고 큰 방에는 수컷이 될 무정란을 낳는다. 여왕벌의 생식기는 임의로 난자에 정자를 넣거나 차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여왕벌은 생애 기간에 단 한 번만의 교미를 하고 알을 많을 때에는 하루에 약 2,000∼3,000개의 낳는다.
여왕벌은 통상 3·4년 길게는 5년 까지도 사는데 2년 정도가 지나면 산란능력이 떨어진다. 이 때 일벌들은 새로운 여왕을 만들기 위한 행동을 시작한다. 산란능력이 떨어진 여왕벌은 일벌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되고 결국 쓸쓸한 죽음을 맞게 된다.
일벌은 한 무리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유정란 3일, 유충 6일을 자라는데 처음 3일은 로얄제리를 먹고, 나머지 3일은 화분이 섞인 꿀을 먹는다. 그리고 번데기로 12일 총21일이 태어난다.
갓 태어난 일벌은 주로 안살림에 종사하며, 18일 정도 지나서 밖의 일, 즉 꿀과 꽃가루와 프로폴리스를 모으다가 늙어서는 집을 지키는 일을 하며, 마지막 죽음이 가까워지면 그 순간을 알고 벌통에서 멀리 날아가 산이나 들에 떨어져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벌은 무정란 알로 3일, 유충으로 6.5일 을 자라는데 처음 3일은 로얄제리를 먹고, 나머지 3.5일은 화분이 섞인 꿀을 먹는다. 번데기로 14.5일 총 24일이 태어난다. 수벌은 암벌에 비해 덩치가 조금 크다. 여왕벌이 번식기가 시작되어 수벌이 필요해지면 벌집의 가장자리에 많은 방을 추가로 만든다. 직경이 6.3밀리미터의 일벌방보다 크다.
수벌의 존재 목적은 오직 처녀 여왕벌과 짝짓기를 위하여 필요하다. 평소에 하는 일 없이 놀면서 먹이만 축내는 존재이다. 처녀 여왕벌이 혼인 비행을 하늘 높이 날아오르면서 페로몬 냄새를 낸다. 이 때 주변의 총각 수벌들은 처녀 여왕벌을 향해 일생의 단 한 번뿐인 기회를 잡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날아간다. 가장 힘이 세고 끈질긴 수벌이 공중에서 처녀왕벌과 만나 짝짓기를 하는데 수벌 한 마리는 최대 1100만 개의 정자를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여왕벌과 교미 후에 수벌은 생식기가 파열되어 죽고 일생을 마친다. 여기서 힘이 모자라 여왕벌을 쫓아가지 못한 수벌들은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와 살거나, 교미가 끝난 여왕벌이 있는 벌집의 경우와 겨울철 분봉의 필요가 없어지면 암벌에 의해 집에서 쫓겨나 거리를 배회하다가 죽게 된다.
벌집은 일벌 몸에서 산출된 밀랍물질로 만들어진다. 이것은 2겹으로 된 6면의 작은 방으로서 꿀과 화밀(花蜜), 꽃가루로 만드는 벌밥(beebread) 형태의 식량들이 그 방에 저장한다.
* donga.com Jounalog: http://blog.donga.com/yil2078/archives/35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