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한국의 자원식물, 살구나무[杏子, Prunus armeniaca]

들풀/이영일 2017. 4. 4. 04:37

  살구나무[학명: Prunus armeniaca var. ansu Maxim.]은 장미과의 낙엽교목이다. 행핵자(杏核子), 초금단(草金丹)의 다른 이름도 있다. 식용, 약용, 정원수, 밀원용, 가구재, 스님의 목탁으로 이용한다. 꽃말은 ‘처녀의 수줍음’, ‘의혹(疑惑)’이다.

  살구나무에는 옛 이야기가 있다. 술집은 과음으로 병을 만들고, 의원은 병을 고치는 곳이니 서로 상극일 것 같다. 우리 속담에 ‘병 주고 약 준다’라는 말이 있는데, 중국고사에 보면 술집과 의원 모두 살구나무와 관련이 있다.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 803~852)은 “청명 날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길 가는 행인 너무 힘들어/목동을 붙잡고 술집이 어디냐고 물어보았더니/손들어 멀리 살구꽃 핀 마을(행화촌)을 가리키네”라고 읊조렸다. 이후 행화촌(杏花村)은 술집을 보다 점잖게 부르는 말이 되었다. 또 오나라의 명의로 이름 난 동봉(董奉)은 환자를 치료해주고 돈 대신 앞뜰에다 살구나무를 심게 했다. 곧 숲을 이루었고, 그는 살구가 익으면 내다 팔아서 가난한 사람을 구제했다. 이후 사람들은 진정한 의술을 펴는 의원을 행림(杏林)이란 이름으로 대신했다. 서민의 생활상을 그린 옛 그림을 보면, 오막살이 윗녘에는 흔히 살구나무 한 그루가 연분홍 꽃을 매달고 있다. 매화가 양반들의 멋을 내는 귀족나무였다. 살구나무는 질박하게 살아온 서민들과 함께한 나무였다. 살구나무는 배고픔이 한창인 초여름에 먹음직스런 열매가 잔뜩 열리는 고마운 나무이며 먹고 난 뒤 남은 씨앗은 바로 약으로 쓰였다. 행인(杏仁)이라 불리는 살구씨는 만병통치약이었다. 동쪽으로 뻗은 가지에서 살구 다섯 알을 따내 씨를 발라 동쪽에서 흐르는 물을 길어 담가두었다가 이른 새벽에 이를 잘 씹어 먹으면 오장의 잡물을 씻어내고, 육부의 풍을 모두 몰아내며, 눈을 밝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살구나무가 많은 마을에는 염병이 못 들어온다는 이야기까지 있는가 하면, 열매가 많이 달리는 해에는 병충해가 없어 풍년이 든다고 한다. 산사에서 스님이 두들기는 목탁의 맑고 은은한 소리는 찌든 세상의 번뇌를 모두 잊게 한다. 바로 살구나무 목탁에서 얻어지는 소리다. 몇 가지 나무가 알려져 있지만, 목탁은 역시 살구나무 고목이라야 제대로 된 소리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맑고 매끄러운 흰 속살에 너무 단단하지도 무르지도 않은 재질을 가진 탓이리라.

  중국 원산이다. 우리나라 중부 이남 지역에 식재한다. 집 근처에 심어 기르는 낙엽 작은키나무이다. 높이 5m 정도이며 수피는 붉은빛을 띠며 햇가지는 적갈색이다. 잎은 어긋나며 넓은 타원형 또는 넓은 난형이다.

  꽃은 4월에 연한 홍색으로 핀다. 꽃받침잎은 5장이며 홍자색이고 뒤로 젖혀진다. 꽃잎은 5장이고 둥근 모양이다. 열매는 둥근 핵과이고 지름 3cm쯤이며, 7월에 노란색 또는 붉은빛을 띠는 노란색으로 익는다.

  생약명(生藥銘)은 행인(杏仁)이다. 씨의 종피를 제거한 종인(種仁)을 햇볕에 말려서 약재로 사용한다. 진해, 천식, 기침, 호흡 곤란, 신체부종에 쓰이며 행인유는 특히 항암제로 좋고 연고제와 주사약의 용제로도 효능이 있다. 반쯤 핀 꽃을 채취하여 그늘에 말려서 벌꿀에 담근 것을 매일 섭취하면 노인의 변비에 좋다. 살구는 비타민 A가 풍부하고, 신진대사를 도와주는 구연산과 사과산이 2~3퍼센트쯤 들어 있다고 한다. 이런 성분들은 특히 여름철 체력이 떨어질 때 크게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잘 익은 살구를 씻어서 껍질과 종자를 제거하고 같은 양의 설탕을 혼합한 후 끓여서 살구잼을 만든다. (참고자료: 한국의 자원식물·네이버·다음 지식백과/ 사진: 이영일 생명과학 사진작가)

 

* donga.com Jounalog: http://blog.donga.com/yil2078/archives/36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