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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재인청 춤판 「재인청 춤의 판타지아」 - 사람 사는 세상! - 공연

들풀/이영일 2017. 6. 26. 09:31

  재인청 춤판 「재인청 춤의 판타지아」 - 사람 사는 세상! -, 공연이 2017년 6월 29일(목) 19:30, 과천시민회관 소극장에서 과천시 주최, 우리춤연구회 주관으로 열린다.

◇ 작품 해설:

  1막. 사람 사는 세상은 활기차다.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이 아니라 이미 우리가 꿈꾸었고 우리가 마땅히 누릴 세상을 펼쳐낸다. 잊을 수 없는 간절한 세상이기를, 반드시 되찾아 와야 할 세상이기를 소망하면서 춤꾼들은 함께 살아가는 삶의 아름다운 가치를 전하고자 한다.

  2막. 돌아오지 못한 여행은 무겁다. 돌아오지 못한 여행. 여리디 여린 목숨은 자신을 바쳐야 했고, 살아남은 이들의 삶은 고통스러웠다.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들 가슴은 예리한 칼날에 저며지는 듯한 슬픔을 겪어야 했고, 왜 그렇게 떠나고 보내야 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이제 유골로 슬프게 돌아오고 있다. 무엇으로도 위로할 수 없는 깊고 깊은 슬픔에 춤꾼들은 손을 내민다. 그로써 망자의 혼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3막. 촛불의 힘은 힘차다. 촛불은 어둠을 몰아내고 빛을 맞이하기 위한 거룩한 의식이었다. 거기에는 희망의 세상을 맞으려는 이들의 간곡한 소망이 담겼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다’고 우리는 확신했다. 아무리 깊은 어둠도 이내 소멸될 것이라 믿은 이들의 절절한 바람이 담긴 촛불은 이어졌고, 들불로 활활 타올랐다. 그리하여 어둠이 밀려나고 새로운 빛이 가득한 광장에 우리는 지금 서 있다. 우리가 마땅히 살아가야 할 이 곳에 서기까지의 기나긴 여정을 춤꾼들이 역동적으로, 때로는 간절하게 풀어낸다.

  ‘재인청 춤의 판타지아’ 공연은 재인청, 광대들이 이룩한 춤의 세계를 우리 고유의 정서와 미학을 실체화시킨 하나의 질서라고 할 때, 이번 공연 ‘재인청 춤의 판타지아’는 이 질서가 확립되는 과정을 두드러지게 확대시켜 만든 무대이다.

  실체도 없이 느껴지는 어떤 기운이 혼돈, 즉 카오스의 영역이 있고, 실체가 되어 존재하는 세계는 질서, 곧 코스모스의 영역으로 구분하였을 때 카오스의 영역만을 선택한다면 무대는 지나치게 전위적으로 흐르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코스모스의 영역만 선택한 무대는 지나치게 전형적이어서 객석의 상상력을 자극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재인청은 카오스의 영역이 코스모스의 영역으로 옮겨가는 접점을 주목하고, 이들을 엮어 무대로 옮겨왔다. 이로 인해 이번 무대는 본질적으로 판타스틱하다.

  ‘우리춤연구회’는 그동안 공연을 통해 팔박기본무, 태평무, 진쇠춤, 엇중몰이신칼대신무 등 재인청 춤을 알려 왔었다. 이 춤들은 재인청 춤의 주요 작품으로 이번 공연에서 이 춤사위들이 담고 있는 의미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판타스틱한 요소들을 추출하여 재구성했다.

  각각의 요소들을 끄집어내어 보니 모두 열아홉 조각이었다. 이 조각들을 놓고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늘 춤을 해체하고 일정한 요소들을 찾아 내놓고 보면 춤사위들이 우리에게 대화를 걸어왔다. 신이한 것은 이 열아홉의 판타스틱 한 퍼즐들이 흩어지고 모여 우리를 세월호와 촛불로 이끌었다. 돌아오지 않는 여행은 여행이 아니다. 돌아오지 못한 여행이 된 세월호는 비극이었다. 비극 앞에 무책임하였던 어둠을 이기기 위해 촛불을 들었고, 어둠을 끌어내린 광장에서 사람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 아름다운 일상을 위해 드디어 길을 열었다.

  이번 무대의 이름 ‘재인청 춤의 판타지아 - 사람 사는 세상’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탄생하였다. 주제 ‘사람 사는 세상’의 공연에서 아름다움을 춤으로 보여준다고 한다. 우리 안에 자리한 아픔들을 씻어내는 해원(解冤)이고, 안 될 세상을 떠난 이들의 원혼을 달래고 남겨진 자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자 하였다. 진혼의 씻김 후 너른 광장에서 함께 맞을 새로운 세상,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한 꿈을 펼친다고 한다.

  창작무와 재인청 춤이 씨줄과 날줄로 촘촘하게 짜여졌다. 새로운 춤판에 펼쳐지는 창작무는 재인청 춤을 기저에 두고 새롭게 해석한 것이다. 창작무와 재인청 춤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역동성과 단아함이 조화를 이루게 된다. 춤꾼들의 춤사위가 서로 겹치면서 슬픔과 아름다움이 하나의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과 함께 재인청 춤의 아름다움과 무한한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될 것이다.

  ‘우리춤연구회’는 1,500여년 역사를 지닌 ‘재인청 춤’을 모태로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와 정체성을 찾는 춤을 추는 춤꾼들의 모임이다. 우리는 전통무용의 올바른 전승을 위한 전문적 소양과 능력을 갖추고 전통무용의 맥을 전파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 그리고 우리 전통무용에 대한 미적 체험과 지식 정보를 외부에 제공하여 전통의 가치를 널리 전파해오고 있다. 그것은 전통 무용 고유의 미학과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서 이다.

  ‘우리춤연구회’는 2003년도부터 본격적으로 무대를 만들기 시작하여 다양한 형태의 재인청춤판을 만들어 왔다. 다양한 형태라고 했으나 재인청 춤의 주요 작품들이 지닌 원형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구조적인 변화를 통해 새로움을 부여하고 주요 춤사위들을 창의적으로 조합하여 해석을 재구성한 춤을 통해 객석과 소통하고 호흡하는 방식으로 공연이 기획되었기 때문이다. (사진자료 및 공연정보: 우리춤연구회 제공)


* donga.com Jounalog: http://blog.donga.com/yil2078/archives/37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