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학명: Phaseolus radiatus L]는 쌍떡잎식물 장미목 콩과의 한해살이풀이다. 녹두(菉頭), 안두(安豆), 길두(吉豆), 녹두의(綠豆衣), 발록(拔綠), 청소두(靑小豆), 돔부, 록두, mungbean 라고도 한다. 꽃말은 ‘강인’, ‘단단함’이다.
녹두에 관계된 속담으로 ‘한강이 녹두죽이라도 쪽박이 없어 못 먹겠다.’는 게으르고 무심한 사람을 놀릴 때 사용하는 말이며, ‘오뉴월 녹두 깝대기 같다.’는 말은 매우 신경질적이어서 건드리기만 하여도 발끈하는 사람을 이르는 것이다.
민요 가운데 나오는 녹두는 동학란 때 전라도 고부에서 거병하였던 전봉준(全琫準)과 관련된 것이 많다. 이는 전봉준이 키가 작아서 별명이 ‘녹두장군’이었기 때문이다. “아랫녘 새야 웃녘 새야/ 전주 고부 녹두새야/ 녹두밭에 앉지마라/ 두류박 딱딱우여.”라는 노래가 있는데, 여기서 새는 민중을 가리키며 두류박은 전주 고부에 있는 두류산(頭流山)을 말하고 딱딱우여는 날아가라 또는 해산하라는 것을 의미한다. 전봉준이 결국은 패할 것이니 그를 따르지 말고 해산하라는 일종의 참요(讖謠)라고 할 수 있다. 이 노래가 서정적으로 변해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새야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간다.”라는 민요는 지금도 전국적으로 전승되고 있다.
원산지는 인도 지방으로, 한국, 중국, 일본, 이란, 필리핀 등지에서 재배된다. 높이 30∼80cm이다. 줄기는 가늘고 세로로 난 맥이 있고 10여 개의 마디가 있으며 가지를 친다. 잎은 1쌍의 떡잎과 갓 생겨난 잎이 나온 뒤, 3개의 작은잎으로 된 겹잎이 나온다.
꽃은 8월에 노란색으로 피며 잎겨드랑이에 몇 개씩 모여나나 3∼4쌍만이 열매를 맺는다. 열매는 협과로 처음에는 녹색이지만 익으면 검어지고 길고 거친 털로 덮인다. 길이 5∼6cm이고 한 꼬투리에 10∼15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종자는 녹색인 것이 많으나 노란색, 녹색을 띤 갈색, 검은빛을 띤 갈색인 것도 있다.
생약명(生藥銘)은 녹두(綠豆)이다. 성분은 녹말 53∼54%, 단백질 25∼26%로 영양가가 높고 향미가 좋다. 민간에서는 종기 등의 피부병을 치료하는 데 쓰며 해열, 해독작용을 한다.
녹두 음식 중에 흔히 접하는 숙주나물, 청포묵, 빈대떡에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녹두나물을 숙주나물이라고 하는 데는 조선 시대 변절한 신하의 상징인 신숙주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쉽게 상하고 물러버리는 숙주나물을 빗댄 것이다. 곡물의 가루를 가라 앉힌 앙금을 녹말이라고 하는데, 단어 자체가 녹두 녹말 분말에서 나온 것이다. 녹두의 전분으로 만든 묵을 청포(淸泡)라고 한다. 영조가 탕평책에 관한 회의를 하는 도중 청포묵에 여러 채소와 육류를 섞어 무친 음식이 나왔다. 여러 당을 골고루 섞어 공평한 정치를 하겠다는 임금의 생각과 의미가 통하는 음식이라서 탕평채라는 이름을 얻었다. 빈대떡은 그 유래에 대한 설이 복잡한데, 빈자떡, 즉 가난한 자의 떡으로 부르다가 빈대떡으로 바뀌었다는 주장이 있고, 빈대가 녹두의 우리말 이라는 주장도 잇다. 한자로 녹두(綠豆)는 '푸른 콩'이란 뜻이다. 녹두의 옛말에 '푸르대'가 있다. 푸르대가-풀대-분대-빈대로 변했다는 것이다. 한약을 먹을 때 녹두와 숙주나물을 먹지 말라는 주의와도 맥이 통한다. 녹두나 숙주나물이 들어간 음식이 한약의 약성을 떨어뜨린다는 이유에서다. 녹두가 강력한 해독제라는 뒷받침이다.
녹두의 전분으로 만든 묵을 청포(淸泡)라고 하며, 청포에 고기, 숙주나물, 미나리, 달걀지단, 김 등을 섞여 무친 탕평채는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 또 녹두를 물에 불려 찧은 다음 포대에 넣어 거른 즙을 붉게 착색하여 졸인 뒤 길게 썰어 꿀을 섞은 것을 창면(昌麪))이라고 한다. 청포묵은 고섬유소질식으로서 다이어트나 변비에 좋고, 어린이 성장발육에 좋다. 빈대떡, 떡고물, 녹두차, 녹두죽 등으로 먹는다. 녹두나물은 쉽게 쉬기 때문에 잘 변하는 사람을 '녹두처럼 잘 변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보관에 주의와 관심이 필요하다. (참고자료: 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서울대학교출판부), 네이버·다음 지식백과, 자연주의 생활 스타일리스트(양은숙 작가)/ 글과 사진: 이영일·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
* donga.com Jounalog: http://blog.donga.com/yil2078/archives/378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