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한국의 자원식물. 다산과 풍요한 결실, 무화과나무[無花果]

들풀/이영일 2017. 9. 1. 06:29

  무화과나무[학명: Ficus carica L.]는 쌍떡잎식물 쐐기풀목 뽕나무과의 낙엽활엽관목이다. 무화과(無花果)는 ‘꽃이 없는 열매’라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로 꽃은 과실 내에서 피므로 외부로 나타나지 않을 뿐이다. 은화과(隱花果), 선도(仙桃), fig라고도 한다. 로마에서는 바쿠스(Bacchus)라는 주신(酒神)이 무화과나무에 열매가 많이 달리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고 다산(多産)의 표지로 삼고 있다. 꽃말의 ‘다산’, ‘풍요한 결실’, ‘열심’이란 뜻은 여기에서 유래되었고, ‘극진한 대접’은 넓은 그늘로 마음이 곧은 사람을 다정하게 가려주기 때문이다.

  보리수가 부처님과 관련된 나무이듯이 무화과나무는 예수님과 관련된 나무다. 성경에는 “여자가 그 나무를 쳐다보니 과연 먹음직하고 탐스러울뿐더러 사람을 영리하게 해줄 것 같아서 그 열매를 자기도 따먹고 아담에게도 주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들의 눈이 밝아져 자기들이 벌거벗고 있다는 것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치마를 하였더라”는 창세기의 구절이 언급되었다. 성경에 나온 나무를 조사한 결과 60여 회나 무화과나무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코란 95장에도 “자비로우시고 자애로우신 알라의 이름으로 무화과나무, 감람나무, 시나이산, 메카에 걸어서 인간을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창조했다”라고 했다.

  아시아 서부에서 지중해에 걸쳐 자생하고 제주도와 남해안 일대에서 재배하고 있다. 높이 2∼4m이고 나무껍질은 회백색이다. 가지는 굵으며 갈색 또는 녹갈색이다. 잎은 어긋나고 넓은 달걀모양으로 두껍고 길이 10∼20cm이며 3∼5개로 깊게 갈라진다. 갈래조각은 끝이 둔하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으며 5맥이 있다. 표면은 거칠고 뒷면에는 털이 있으며 상처를 내면 흰 젖 같은 유액(乳液)이 나온다.

  꽃은 봄부터 여름에 걸쳐 잎겨드랑이에 열매 같은 꽃이삭이 달리고 안에 작은 꽃이 많이 달린다. 꽃이 필 때 꽃받침과 꽃자루가 길쭉한 주머니처럼 굵어지면서 수많은 작은 꽃들이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맨 윗부분만 조금 열려 있다. 꽃받침이 변형된 주머니 안에 꽃이 갇혀 있어서 꽃가루가 바람에 날릴 수도 없고, 벌이나 나비를 불러들일 수도 없다. 암꽃은 화피갈래조각이 3개이고 2가화이지만 수나무는 보이지 않는다. 열매는 무화과(無花果)라 하며 꽃턱이 자란 것이며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이고 길이 5∼8cm로서 8∼10월에 검은 자주색 또는 황록색으로 익는다.

  자연은 참 신비롭다. 무화과나무는 번식을 위해 주머니 안으로 무화과좀벌이란 전용 곤충을 불러들인다. 영양분을 먹으며 자란 좀벌의 암컷들은 열매가 익으면 세상 밖으로 나온다. 종족보존만이 지상최대의 과제인 수컷들은 오직 짝짓기를 위해 생식기만 특히 발달되어 있으며, 무화과 열매 안에서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반면 밖으로 나온 암컷들은 이리저리 무화과나무를 옮겨 다니며 여러 수컷들과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다. 이 과정에서 꽃가루를 옮겨 무화과나무의 수정을 돕는다. 그러나 주머니 속에서는 사랑의 행위가 자기네들끼리만 은밀하게 이루어지므로 사람들은 낌새도 못 챈다. 수정이 되고 나면 깨알 같은 씨가 과육 속에 생긴다. 주머니 꼭대기에 작은 구멍이 있기는 하나 너무 작아서 안을 들여다볼 수 없다. 그래서 꽃이 피는 것을 보지도 못했는데, 어느 날 열매가 익기 때문에 그만 꽃이 없는 과일로 알려지고 만 것이다.

  생약명(生藥銘)은 무화과(無花果)이다.《동의보감》에는 “꽃이 없이 열매가 열리는데, 그 빛이 푸른 자두 같으면서 좀 길쭉하다. 맛이 달고 음식을 잘 먹게 하며 설사를 멎게 한다”라고 했다. 열매에는 단백질 분해효소가 많이 들어있어 육식을 한 후에 먹으면 변비에 특효하고 완하제(緩下劑)로 사용한다. 건조된 잎을 욕탕료(浴湯料) 하면 신경통에 효과가 있다. 민간에서는 잎을 비롯하여 열매와 줄기 등에 상처를 내면 유액(乳液)이란 하얀 물질이 나온다. 알칼로이드 등이 포함되어 살충효과가 있으므로 재래식 화장실에 구더기가 생기면 잎을 깔아 방제하기도 했다.

  단백질과 섬유질이 많은 알칼리성과일이다. 과실은 생식을 주로 하나 저장성 및 수송성이 없어 주로 잼이나 통조림 또는 건과로 유통되고 있다. (참고자료: 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서울대학교출판부), 네이버·다음 지식백과/ 글과 사진: 이영일·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

 

* donga.com Jounalog: http://blog.donga.com/yil2078/archives/39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