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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원식물. 재질이 좋고 쓰임새가 많은 수목, 느릅나무[榆根皮]

들풀/이영일 2017. 9. 1. 20:59

  느릅나무[학명: Ulmus davidiana var. japonica]는 쌍떡잎식물 쐐기풀목 느릅나무과의 낙엽활엽 교목이다. 씨앗을 누룩처럼 쓴다고 느릅나무이며 지방에 따라 뚝나무라고도 한다. 떡느릅나무, 소춤나무, 춘유(春楡), 가유(家楡), Japanese-Elm라고도 한다. 가로수, 정원수, 공원수로 심는다. 목재는 가구재, 건축재, 기구재, 합판재, 표고버섯 재배원목으로 쓰며, 수피는 약용하고, 어린잎은 식용한다. 꽃말은 ‘위엄’이다.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천지창조의 신 오딘은 풍요의 땅 미드가르드(Midgard)를 걷다가 우연히 커다란 두 그루의 나무를 발견한다. 한 그루는 물푸레나무로 남자를 만들어 ‘아스크르(Askr)’라 하고, 나머지 한 그루는 느릅나무로 여자를 만들어 ‘엠블라(Embla)’라고 했다. 우리로 말하면 느릅나무는 단군신화의 웅녀인 셈이다. 중국의《시경》〈진풍(陳風)〉에는 느릅나무 밑에서 청춘남녀가 춤추고 노는 모습을 읊은 시가 나온다. 이렇게 동서양을 막론하고 느릅나무는 재질이 좋고 쓰임새가 많은 나무로 예부터 널리 이용되어 왔다.

  《삼국사기》의〈지(志)〉‘옥사 조’에 보면 집을 지을 때 “5두품은 방의 길이와 폭이 18자를 넘지 못하며, 느릅나무(山楡木)나 당기와를 사용하지 못한다”라고 했다. 적어도 벼슬이 5두품 이상의 고관이 아니면 아예 느릅나무로 집짓기를 금할 정도로 좋은 나무의 대표였다. 또 목재는 물속에서 썩지 않고 버티는 힘이 강하다. 신라 중기의 신승(神僧) 원효대사는 요석공주를 얻기 위하여 계획된 작전을 편다. 경주 남천에 있는 느릅나무 다리(楡橋)를 건너다 일부러 물속에 빠지라는 시나리오다. 이렇게 느릅나무 다리에서 공주와의 사랑 만들기에 성공하여 훗날 설총이 탄생했다.

  전국의 계곡 부근에 자란다. 높이는 20m, 지름은 60cm이며, 나무 껍질은 회갈색이고, 작은 가지에 적갈색의 짧은 털이 있다. 잎은 어긋나고 넓은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 또는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의 타원형이며 끝이 갑자기 뾰족해지고 잎 가장자리에 겹톱니가 있다. 잎 앞면은 거칠고 뒷면 맥 위에는 짧고 거센 털이 나 있다. 잎자루는 길이가 3∼7mm이고 털이 있다.

  꽃은 암수한그루이고 3월에 잎보다 먼저 피며 잎겨드랑이에 취산꽃차례를 이루며 7∼15개가 모여 달린다. 화관은 종 모양이다. 열매는 시과이고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 또는 타원 모양이며 길이가 10∼15mm이고 5∼6월에 익으며 날개가 있다.

  생약명(生藥銘)은 유근피(榆根皮), 유피(楡皮)이다. 한방에서는 줄기와 수피를 항염증, 항암 치료제로 널리 사용한다. 이 이외에도 항바이러스, 항세균 효과도 있음이 입증되었고, 부작용이 적은 천식의 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에 대한 기초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천연약품의 재료로 잠재성이 많은 약재이다.

  민간에서 뿌리 속껍질(榆根皮)은 가을에, 줄기껍질(榆皮)은 봄에 채취하여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말려서 쓴다. 위장병, 장염, 기관지염, 비염에 20g을 물 700㎖에 넣고 달여서 마신다. 잎(榆葉)은 봄에 채취하여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말려서 쓴다. 불면증에 15g을 물 700㎖에 넣고 달여서 마신다. 기미, 주근깨에 말린 것 달인 물을 바른다.

  어린 잎을 데쳐서 나물로 먹거나 멥살에 섞어 설기떡(느릅떡)을 해 먹는다. 소나무 껍질과 함께 느릅나무 껍질은 대표적인 구황식물이었다. (참고자료: 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서울대학교출판부), 네이버·다음 지식백과/ 글과 사진: 이영일·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

 

* donga.com Jounalog: http://blog.donga.com/yil2078/archives/39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