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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원식물. 고매한 선비들을 매료시킨 꽃, 국화[菊花]

들풀/이영일 2017. 10. 31. 22:21

  국화[학명: Dendranthema grandiflorium]는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국(菊), 구화, Chrysanthemum-morifolium라고도 한다. 관상용, 약용, 식용, 향수용이다. 꽃말은 '성실', '고귀', '진실', ‘청결’, ‘순결’, ‘평화’이다.

  국화의 중국 이름은 '국(菊)'이다. 중국에서 '국(菊)'은 '누룩'을 뜻하는데 누룩이 술의 기본이며 맛의 원천이라 하여 아주 귀하게 여겼다고 한다. 한글명으로 부르는 '국화'는 '국(菊)'에 '화(花)'가 붙은 것이다. 중국에서는 국화를 '황화' 또는 '황예'라고도 부른다. 국화꽃이 황색이라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지만 중국인들은 황하(黃河)를 자신들의 피부를 황색으로 해준 어머니의 강이라고 여길 정도로 노란색을 신성하게 여겼다. 또한 군주를 황제라고 칭했듯이 국화를 '꽃의 왕자'라는 뜻인 황화(黃花)라고 한 것이다.

  가을 국화의 계절을 송나라 문인 구양수(歐陽脩, 1007~1072)가 “들꽃이 피어나 그윽한 향기를 풍긴다(野芳發而幽香)”,〈취옹정기(醉翁亭記)〉에서 말한 대로 ‘바람이 상쾌하고 서리가 깨끗한(風霜高潔)’ 가을이 무르익을 즈음 산자락 여기저기에는 들국화가 결곡한 자태로 피어났다. 찬바람이 불 때 피는 국화는 그 존재감이 남달랐다.

  [원나라 하중(何中)의 ‘국화(菊)] -「국화는 유인과 같고 菊花如幽人/매화는 열사와 같다. 梅花如烈士/모두 빙설 속에서 피어나지만 同居冰雪中/품격은 서로 같지 않구나. 標格不相似」차가운 눈 속에서 봄을 알리는 매화를 보고 열사(烈士)의 이미지를 떠올렸다면 서리 내리는 추운 계절에 저 홀로 피어 있는 국화의 자태에서 은인자중하는 은자의 풍도를 본 것이다.

  [당나라 시인 원진(元稹)의 ‘국화(菊花)’] -「도연명의 집처럼 집을 둘러 핀 국화 떨기 秋叢繞舍似陶家/빙 두른 울타리 옆으로 해는 기울어간다. 遍繞籬邊日漸斜/꽃 중에서 국화만을 편애하는 건 아니지만 不是花中偏愛菊/이 꽃이 지고 나면 더 이상 꽃이 없으리니. 此花開盡更無花」

  [이규보(李奎報, 1168~1241)의 ‘국화를 읊다(詠菊)’ -「서리를 견디는 자태 외려 봄꽃보다 나은데 耐霜猶足勝春紅/삼추를 지나고도 떨기에서 떠날 줄 모르네. 閱過三秋不去叢/꽃 중에서 오직 너만이 굳은 절개 지키니 獨爾花中剛把節/함부로 꺾어서 술자리에 보내지 마오. 未宜輕折向筵中」이 시 앞에는, 국화가 봄철의 꽃보다 나아 술잔 속에 띄우니 흥취가 더한다는 내용으로 쓴 시가 한 수 더 있다. 이러한 절개를 가진 꽃을 함부로 꺾어 술좌석에 보내서는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 듯, 얼른 그 외경심을 주목하여 이 시 한 수를 더 지었으리라. 물론 이 시 속에는 한 사람의 문인으로 당당히 인정받고 싶어 하는 이규보의 자의식이 투영되어 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으려는 절조(節操)가 엿보인다.

  [휴정(休靜, 1520~1604: 서산대사)의 청허집(淸虛集) ‘소나무와 국화를 심다(栽松菊)’] - 「지난해 처음 뜰 앞에 국화를 심고 去年初種庭前菊/올해는 또 난간 밖에 소나무를 심었네. 今年又栽檻外松/산승이 화초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山僧不是愛花草/사람들에게 색즉시공을 알게 함이라네. 要使人知色是空」불교의 색즉시공(色卽是空)의 진리를 들어 허상에 집착하지 말라 일갈한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국화와 소나무일까? 대사의 마음이야 자신만이 알겠지만, 대사가 속으로 도연명을 알고 또 좋아했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미당(未堂) 서정주(徐廷株)의 ‘국화 옆에서’]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중국 원산으로 세계 각국에 분포하고, 줄기 밑부분이 목질화하며, 근경이나 어린 싹을 이용한 삽목으로 번식한다. 줄기는 높이 30~120cm 정도로 품종이나 재배지에 따라 다르다. 어긋나는 경생엽은 여러 가지 크기가 있으며 대체로 난형이고 우상으로 중앙부까지 갈라지고 열편은 불규칙한 결각과 톱니가 있다.

  꽃은 보통 가을에 두상꽃차례로 무리지어 줄기 끝에 한 송이 꽃처럼 피는데 암·수술이 모두 있는 양성화인 통상화(筒狀花)와 가장자리가 암술로만 된 단성화인 설상화(舌狀花)가 있다. 색깔은 노란색·흰색·빨간색·보라색·주황색 등 다양하다.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서 5~7월에 피는 하국(夏菊), 8월에 피는 8월국(八月菊), 9~11월에 피는 추국(秋菊), 11월~12월에 피는 한국(寒菊)으로 나뉜다. 꽃의 크기에 따라서는 대국(大菊), 중국(中菊), 소국(小菊)으로 나뉘며, 생김새에 따른 분류에는 광판종(廣瓣種), 후판종(厚辦種), 관판종(管辦種)이 있다. 대국과 중국은 화분에 심어 키우고 소국은 분재를 하거나 한쪽으로만 길게 심는 현애작(懸崖作)을 한다. 열매는 보통 맺지 않는다.

  생약명(生藥銘)은 국화(菊花), 가국(家菊), 감국화(甘菊花)이다. 해열, 해독, 감기로 인한 두통, 현기증, 이명, 부스럼, 혈압강하, 항균작용, 소염작용, 이뇨작용, 간 기능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

  국화차와 국화주(菊花酒)로 담가서 복용한다. 민간에서는 국화꽂 말린 것을 베겟속으로 하면 두통에 좋다고 하며, 이불속에 넣어 그윽한 향기를 즐기는가 하면, 맛이 달콤하면서도 쌉쌀하며 이뇨작용이 빼어나 여행의 피로를 푸는데도 좋다고 한다. (참고자료: 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서울대학교출판부), 네이버·다음 지식백과, 한국학·그림과 만나다/ 글과 사진: 이영일·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

  

이영일∙고앵자/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