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학명: Phyllostachys bambusoides]는 화본과의 상록성목본이다. 줄기가 목질화되어 단단하고 키가 크므로 대나무라고 한다. Bamboo라고도 한다. 풀이면서도 나무로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대나무는 세포를 불리는 목질소(木質素)가 거의 없어서 풀의 성질을 갖고 있지만 나무의 이름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나무라는 이름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대나무는 왕대를 비롯한 오죽, 해장죽, 죽순대(맹종죽), 이대, 조릿대 등을 총칭하는 이름일 뿐이다. 대나무의 중요한 특징은 마디(節)와 빠른 성장이다. 마디는 가지를 만들고, 빠른 성장은 속을 비게 만든다. 꽃말은 ‘지조’, ‘인내’, ‘절개’, ‘절정’이다.
대나무의 마디와 마디는 진공상태를 만든다. 그래서 대나무는 불에 태우면 굉음을 울린다. 대나무가 타면서 내는 소리가 곧 폭죽(爆竹)이다. 오늘날까지 중국인들은 결혼 출생 명절 경축일 등의 경사와 장례 때 폭죽을 즐겨 사용한다. 폭죽의 소리가 악귀를 물리친다고 믿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의 이(이)족, 야메이(雅美)족, 투산(土山)족은 대나무가 타면서 나오는 소리에서 자신의 조상이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대나무의 진공상태는 ‘마술피리’ 같은 악기를 만드는 주요한 요인이었다. ‘삼국유사’에는 대나무로 만든 피리를 불면 쳐들어 왔던 적군도 물러나고, 질병도 가뭄도 폭풍도 사라진다는 만만파파식적(萬萬波波息笛), 즉 만파식적의 전설을 수록하고 있다.
- 청자 양각죽절문 병(靑磁 陽刻竹節文 甁, 국보 제169호) 고려시대, 국립중앙박물관 -
대나무는 하루에 30cm 이상 빠르게 성장은 우후죽순(雨後竹筍) 같은 단어를 낳았다. 죽순의 굵기는 곧 대나무의 종류를 결정한다. 대나무의 경우 죽순의 굵기는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고 다만 위로 성장할 뿐이다. 죽순은 인간에게 별미를 제공했다. 중국 진(晉)나라 서성(書聖) 왕희지(王羲之)의 아들 왕휘지(王徽之)는 죽순 없이는 밥을 먹지 않을 정도였다. 그는 대나무를 ‘자네(此君)’라 불렀다. 그래서 대나무는 ‘차군’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또한 중국의 소동파도 고기가 없는 식사는 할 수 있지만 대나무 없는 생활은 할 수 없으며, 고기를 안 먹으면 몸이 수척하지만 대나무가 없으면 사람이 저속해진다고 했다.
이와 같이 대나무가 맑고 절개가 굳으며 마음을 비우고 천지의 도를 행할 군자가 본받을 품성을 모두 지녔다 하여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대나무를 좋아하였다. 대는 매화·난초·국화와 함께 사군자(四君子:梅蘭菊竹)로 일컬어져 왔고, 특히 사철 푸르고 곧게 자라는 성질로 인하여 지조(志操)와 절개(節槪)의 상징으로 인식되었다. ‘대쪽같은 사람’이라는 말은 불의나 부정과는 일체 타협하지 않고 지조를 굳게 지키는 사람을 의미한다. 대나무의 마디는 절개와 절제를 상징한다. 푸르고 매끈한 대나무의 줄기는 절제의 산물이다. 절제는 성인군자(聖人君子)가 꿈꾸는 모습이다.
죽순(竹筍)이 대나무의 탄생이라면 대나무의 꽃은 죽음이다. 대나무는 뿌리로 번식하지만, 번식이 불가능하면 꽃을 피워 열매를 만들어 후손을 남기고 죽기 때문이다. 상상의 봉황새(鳳凰)는 대나무의 열매만 먹고 사는 동물이다. 그래서 대구 동화사의 봉서루(鳳棲樓), 담양 소쇄원(瀟灑園)의 대봉대(待鳳臺) 주변에는 봉새가 앉는다는 오동나무(碧梧桐)와 함께 대나무가 살고 있다.
윤선도(尹善道)의<오우가(五友歌)>에 나오는 “나모도 아닌거시 풀도 아닌거시/곳기 뉘시기며 속은 어니 뷔연다/뎌러코 사시에 프르니 그를 됴하노라.”라는 시조는 이러한 대의 성격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대밭(竹林)은 문학작품 속에서 흔히 ‘은거지(隱居地)’의 뜻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것은 중국의 ‘죽림칠현(竹林七賢)’의 고사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한국, 일본, 중국에 분포하고, 세계적으로 1,200여 종이나 되고 우리나라에는 14종이 있는데 대나무 종류마다 대체적으로 다르게 쓰여진다. 2차 대전의 히로시마 원폭 피해에서 유일하게 생존했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 번식은 지하경에 붙은 모죽으로 하는데 아주 잘 된다. 대나무 중에서 굵은 것은 직경 20cm까지 크는 것이 맹종죽인데, 하루 동안에 1m까지 자랄 수 있다고 한다. 죽순(竹筍)은 한자 '筍'이 나타내듯이 1순(筍:열흘) 만에 대가 될 만큼 성장이 빠르다. 우리나라의 왕대는 20~40일 만에 다 자라며 자란 뒤에는 더 이상 굵어지지 않고 굳어지기만 한다. 유관속식물이지만 형성층이 없어 초여름 성장이 끝나고 나면 몇 년이 되어도 비대생장이나 수고생장은 하지 않고 부지런히 땅속줄기에 양분을 모두 보내 다음 세대 양성에 힘쓰는 것이 보통 나무와 대나무가 다른 점이다. 단자엽식물이므로 나이테가 없고 줄기는 원통형이고 가운데가 비었다.
꽃은 6∼7월에 피며 과실은 영과(穎果)로 가을에 성숙한다. 대나무류의 꽃은 주기적으로 피는데 그 간격은 종류에 따라 다르다. 조릿대는 5년, 왕대·솜대는 60년을 주기로 피는데, 대개 꽃이 피면 땅속줄기의 양분이 소모되어 다음해 발육되어야 할 모죽(母竹)의 죽아(竹芽)가 썩어버려 말라죽는다.
생약명(生藥銘)은 죽엽(竹葉), 죽여(竹茹), 죽력(竹瀝)이다. 왕대나 솜대의 줄기 내부에 있는 막상피(膜狀皮)는 죽여(竹茹)라 하여 치열(治熱)과 토혈(吐血)에 사용하며, 왕대나 솜대에서 뽑아낸 대기름은 죽력(竹瀝)이라 하여 고혈압에 쓰일 뿐 아니라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져 왔다. 또한, 죽엽(竹葉)은 치열, 이수(利水), 청심제(淸心劑)로 사용한다.
댓잎으로는 술을 빚기도 한다. 몇몇 대나무의 어린 순은 ‘죽순(竹筍)’이라 하여 채소로 요리하여 먹는다. (참고자료: 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서울대학교출판부), 네이버·다음 지식백과, 강판권의 나무 인문학(계명대 사학과 교수)/ 글과 사진: 이영일·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 [이영일∙고앵자/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