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진전사지(襄陽 陳田寺址, 시도기념물 제52호)는 우리나라 불교사에서 중요한 위상을 지닌 유적이며, 신라 불교가 교종(敎宗)에서 선종(善宗)으로 교체되는 시기에 그 싹을 틔운 곳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진전사는 8세기 후반 통일신라시대(統一新羅時代)에 우리나라에 선종(善宗)을 들여온 도의국사(道義國師)가 창건한 절이자『삼국유사(三國遺事)』를 지은 일연(一然)스님이 14세 때 출가한 절로 이름나 있다.
이 절이 언제 없어졌는지 알 수 없으나 조선왕조의 폐불정책(廢佛政策) 때문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마을에는 절이 없어질 때 스님들이 절터 위에 있는 연못에 범종과 불상을 던져 수장하고 떠났다는 슬픈 전설이 전해져 온다. 발굴조사 결과, 절 이름을 알 수 있는 ‘진전(陳田)’이란 글씨를 새긴 기와조각과 연꽃무늬 수막새기와, 당초무늬 암막새기와, 물고기무늬 기와 조각들이 출토되어 절의 이름이 밝혀졌다. 현재 절터에는 양양 진전사지 삼층석탑(襄陽 陳田寺址 三層石塔, 국보 제122호) 1기와 양양 진전사지 도의선사탑(襄陽 陳田寺址 道義禪師塔, 보물 제439호)이 있으며, 2005년 진전사지에 진전사가 복원되었고, 2009년 전통사찰로 지정되었다.
도의국사(道義國師)는 남북국 시대 신라의 승려이다. 속성은 왕(王), 법호는 원적(元寂)이다. 선덕왕 1년(780년) 당나라에 가서 서당지장(西堂智藏)의 제자가 되어 불법(佛法)을 물려받고 도의라 개명했으며, 헌덕왕 13년(821년) 귀국하여 당시 교종불교가 절대적이었던 신라 불교에 남선(南禪)을 전하였다. 신라에는 북선(北禪)과 함께 2계통의 선(禪)이 있게 되고, 가지산파(迦智山派)의 개조가 되었다. 헌덕왕(憲德王) 때에는 해은사(海恩寺)를 짓고, 선종을 소개하였다. ‘중국에 달마가 있었다면 신라에는 도의가 있었다’고 평가를 받는 분으로 도의선사의 법맥은 염거화상(廉居和尙)과 보조선사(普照禪師)로 이어져 한국 불교의 주류를 형성하게 되었다.
∘ 양양 진전사지 삼층석탑(襄陽 陳田寺址 三層石塔, 국보 제122호)은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둔전리 설악산 진전사의 옛터에 서 있는 높이 5.04m 3층 석탑이다.
탑(塔)은 통일신라의 일반적인 모습으로, 2단의 기단(基壇)위에 3층의 탑신(塔身)을 올려 놓은 모습이다. 아래층 기단에는 날아갈 듯한 옷을 입은 천인상(天人像)이 있으며, 위층 기단에는 구름위에 앉아 무기를 들고 있는 웅건한 모습의 8부신중(八部神衆)이 있다. 탑신의 몸돌과 지붕돌은 각각 하나의 돌로 만들어졌는데, 1층 몸돌에는 각기 다양한 모습의 불상 조각들이 있다. 지붕돌은 처마의 네 귀퉁이가 살짝 치켜 올려져 있어 경쾌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밑면에는 5단씩의 받침을 두었다. 3층 지붕돌 꼭대기에는 받침돌만 남아있을 뿐 머리장식은 모두 없어졌다.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혀 있으면서 지붕돌 네 귀퉁이의 치켜올림이 경쾌한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이 탑은 통일신라시대의 대표적인 석탑 가운데 하나이다. 기단에 새겨진 아름다운 조각과 1층 몸돌의 세련된 불상 조각은 진전사의 화려했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 양양 진전사지 도의선사탑(襄陽 陳田寺址 道義禪師塔, 보물 제439호)은 멀리 동해바다가 내다보이는 진전사터 안의 작은 언덕 위에 서 있는 탑으로, 진전사를 창건한 도의선사의 묘탑으로 추정된다.
이 탑은 일반적인 다른 탑과는 달리 8각형의 탑신(塔身)을 하고 있으면서도, 그 아래부분이 석탑에서와 같은 2단의 4각 기단(基壇)을 하고 있어 보는 이의 호기심을 자아낸다. 2단으로 이루어진 기단은 각 면마다 모서리와 중앙에 기둥 모양을 새기고, 그 위로 탑신을 괴기 위한 8각의 돌을 두었는데, 옆면에는 연꽃을 조각하여 둘렀다. 8각의 기와집 모양을 하고 있는 탑신은 몸돌의 한쪽 면에만 문짝 모양의 조각을 하였을 뿐 다른 장식은 하지 않았다. 지붕돌은 밑면이 거의 수평을 이루고 있으며, 낙수면은 서서히 내려오다 끝에서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위로 살짝 들려 있다.
석탑(石塔)을 보고 있는 듯한 기단의 구조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도의선사의 묘탑으로 볼 때 우리나라 석조부도의 첫 출발점이 되며, 세워진 시기는 9세기 중반쯤이 아닐까 한다. 전체적으로 단단하고 치밀하게 돌을 다듬은 데서 오는 단정함이 느껴지며, 장식을 자제하면서 간결하게 새긴 조각들은 명쾌하다. (참고문헌: 문화재청 문화유산정보/ 글과 사진: 이영일, 전) 문화재청 헤리티지채널 사진기자) [이영일∙고앵자/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