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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 보물 제1864호)와 백자 청화산수문호(白磁 靑華山水紋壺)

들풀/이영일 2018. 3. 20. 08:01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 보물 제1864호)는 종이에 수묵으로 그려져 있는데 8폭의 그림이 두 폭씩 대(對)를 이루는 구도로 좌우에 우뚝 솟은 산세가 마주보면서 무게 중심을 이루고 있다.

  각각의 그림에는 농담의 대조와 용묵법에 의해 계절의 변화 등이 잘 나타나 있다. 마치 사계산수처럼 봄을 표현한 계절은 봄·가을·겨울 장면이 주로 그려지고 하루 중에서는 저녁이나 밤이 표현되었다. 그림의 전개순서에는 조금씩 차이를 보이나 대개 ‘산시청람’(山市晴嵐-비온 뒤 山市에 보이는 맑은 기운), ‘연사모종’(煙寺暮鐘-안개 낀 山寺에서 들려오는 저녁 종소리), ‘원포귀범’(遠浦歸帆-멀리서 포구로 돌아오는 배), ‘어촌석조’(漁村夕照-어촌마을에 떨어지는 저녁 해), ‘소상야우’(瀟湘夜雨-소상강에 내리는 밤비), ‘동정추월’(洞庭秋月-洞庭湖의 가을 달), ‘평사낙안’(平沙落雁-평평한 모래밭에 내려앉는 기러기떼), ‘강천모설’(江天暮雪-江岸에 내리는 저녁하늘의 눈)로 구성된다.

  이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중국 후난성[湖南省] 둥팅호[洞庭湖] 남쪽 링링[零陵] 부근 샤오수이강[瀟水]과 샹장강[湘江]이 만나는 아름다운 경치 중 빼어난 여덟 경치를 소재로 그린 그림)>는 “소상팔경”을 주제로 8폭이 모두 갖추어진 완형의 작품이자, 조선 초기 문인사회의 시화일치사상이 잘 녹아있는 대표적인 산수화이다.

16세기 전반 안견파(安堅派) 화풍의 한국화현상 즉 편파삼단구도(偏頗三段構圖), 넓은 공간, 해조묘(蟹爪描) 의 수지법(樹枝法), 단선점준(短線點皴) 등의 양식적 특성이 잘 드러나 있다는 점에서 회화사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더욱이 진주박물관 소장 소상팔경도는 한 재일동포가 고국에 기증한 “기증문화재(寄贈文化財)” 라는 점 역시 주목할만하다.

  백자 청화산수문호(白磁 靑華山水紋壺, 서울특별시유형문화재 제314호)는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청화안료로 산수문(山水紋)과 대나무, 매화 등을 그린 19세기 호이다. 직립한 구연부에는 상하(上下)에 횡선문(橫線紋)을 두르고, 그 아래 여의두문(如意頭紋)을 배치하였다. 부푼 몸체의 앞․뒷면에 산수문을, 산수문 사이 옆면에는 각각 대나무와 매화를 그려 배치하였다. 산수문은 2중의 커다란 능화문(菱花紋) 창 안에 자리 잡고 있는데 18세기와 19세기의 청화백자에 자주 등장한다.

  첫 번째 산수문은 근경(近景)에 소나무 숲 사이의 누각(樓閣)을 배치하고, 중경(中景)은 왼쪽으로 치우친 절벽의 모습으로 표현되었으며, 정면 중앙에 배치된 원경(遠景)은 중첩된 산의 모습을 담고 있다. 화면의 가운데는 비워 여백의 미와 공간감을 살리고 있다. 주목되는 부분은 원경의 오른쪽에 배치된 한시(漢詩) 구절이다. ‘五月江深草閣寒(오월강심초각한)’이라 쓰여 있는데 이는 두보(杜甫)의 한시 <嚴公仲夏枉駕草堂(엄공중하왕가초당), 兼攜酒饌(겸휴주찬)>의 한 구절이다. 이 중 ‘강심초각한(江深草閣寒)’은 구절은 명대(明代) 화제(畵題)로 애호되었던 구절이다.

  반대편의 산수문은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와 먼 산 위로 떠 있는 달을 그려 넣었다. 중국 남부 호남성과 동정호(洞庭湖)의 남쪽 영릉 부근, 즉 소수와 상수가 만나는 곳의 8가지 아름다운 경치를 그린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 중 동정호의 가을밤 풍경을 그린 ‘동정추월(洞庭秋月)’과 유사하다. 수평적 구도를 중심으로 근경과 중경, 원경의 거리에 차이를 두어 원근감을 고조시켰다. 산수문을 그린 능화문 창의 좌우에는 각각 매화와 대나무를 배치하였다. 반듯하게 올라온 대나무 줄기에 4~5개의 댓잎을 그려 넣었고, 매화는 굽은 굵은 줄기 뒤로 가는 줄기를 배치하여 형태미의 대조를 이루면서 꽃봉오리를 그려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화풍으로 보아 분원(分院) 말기 화원의 작품으로 생각된다. 주문양대(主文樣帶) 아래에 다시 횡선문과 여의두문을 배치하였다.

  이 산수문호(山水紋壺)는 산수문과 한시의 구도와 배치가 독특할 뿐만 아니라 제작수법과 그림의 필치도 우수하고, 특히 두보의 한시가 남아 있는 드문 예로서 주목되는 작품이다. (참고문헌: 문화재청 문화유산정보/ 글과 사진: 이영일, 전) 문화재청 헤리티지채널 사진기자∙문화재청) [이영일∙고앵자/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