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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원식물. 까치(鵲)가 좋하하는 열매, 잣나무[海松子]

들풀/이영일 2018. 5. 20. 07:52


  잣나무[학명: Pinus koraiensis Siebold & Zucc.]는 소나무과의 늘푸른 바늘잎 큰키나무이다. 과송(果松), 백자목(白子木), 백목(柏木), 송자송(松子松), 신라송(新羅松), 오수송(五鬚松), 오립송(五粒松), 오엽송(五葉松), 유송(油松), 해송(海松), 홍송(紅松) 등의 많은 별칭이 있다. 신라송은 신라 때 잣 종자가 중국에 들어가서 얻은 이름이고 홍송은 잣나무의 목재가 붉어서 붙인 이름이다. 잣을 해송자라 부르는데 신라 사신들이 중국에 갈 때 잣을 가져다가 팔았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우리나라가 원산지이다. 까치(작, 鵲)가 좋아한다고 잣나무이다. 꽃말은 ‘만족’이다.

  잣나무는 힘차고 시원시원한 남성과 비교되며, 이 강산을 아름답고 품위 있게 꾸며주는 대표적인 나무이다.『본초강목(本草綱目)』에 보면 소나무종류 중에서 맏형으로 씨가 가장 큰 소나무라고 해서 송자송(松子松), 잎이 다섯 장이라 오엽송(五葉松), 신라에서 만난다고 해서 신라송(新羅松), 목재의 색깔이 붉은빛을 띤다고 해서 홍송(紅松)이라고도 한다.

  항상 푸르고 줄기가 굽지 않는 것은 보다 높은 가치를 향해서 변함없이 나아가는 기상을 의미하며, 약삭빠른 행동이나 변절이 없고 어느 것에나 눈치를 보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잣나무의 진면목이라 할 수 있다. 사자성어로 친구가 잘 되는 것을 칭찬해주는 뜻으로 "송무백열(松茂栢悅)"이 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송백(松柏) 같은 절개를 최고의 덕목으로 여겨온 만큼 누구라도 잣나무의 모습을 보면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지혜로우면서도 고결한 인성을 가져야 한다는 가르침은 현대와 같이 물질과 기계문명의 그늘진 병폐에 대한 인간의 성스러운 도전이라고나 할까?

  옛날 송나라 때 신라의 잣은 선을 닦는 사람들이 먹는다 하여 옥가향(玉駕香)이라고 하였으며 사신으로 갈 때 잣을 가지고 가서 팔았는데 아마도 그것이 우리나라 임산물로서 최초의 수출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잣에 얽힌 민속으로는 정월 대보름 전날 밤 잣 열두 개를 각각 실에 다 꿰어 열 두 달을 정해 놓고 불을 붙여 점을 치기도 했다. 불이 잘 붙어서 밝은 달은 신수가 좋아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며, 어두운 달은 신수가 나쁠 것이라는 속설이 전해오고 있다. 정월 초하룻날 잣나무 잎으로 만든 술을 마시면 액운을 물리칠 수 있고 문간에 잣나무를 심어 놓으면 질병이 얼씬도 못한다고 믿었다. 수정과나 식혜에 띄우는 실백의 풍미는 우리 음식만이 갖는 멋이며, 은행과 함께 잣은 신선로에서 빠지면 의미가 없을 정도로 귀하게 쓰였다. 목재는 예로부터 백단이라 해서 배를 만들 때 으뜸으로 쳤는데, 창세기 6장 14절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도 잣나무로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 전역 1,000m 이상에서 자란다. 높이 20~30m, 지름 1m에 달하는 커다란 나무이다. 나무껍질은 흑갈색이고 얇은 조각이 떨어지며 잎은 짧은 가지 끝에 5개씩 달린다. 잎은 3개의 능선이 있고 양면 흰 기공조선(氣孔條線:잎이 숨쉬는 부분으로 보통 잎 뒤에 흰 선으로 나타남)이 5∼6줄씩 있으며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다.

  꽃은 5월에 피고 수꽃이삭은 새가지 밑에 달리며 암꽃이삭은 새가지 끝에 달리고 단성화이다. 열매는 구과(毬果)로 긴 달걀 모양이며 길이 12∼15cm, 지름 6∼8cm이고 실편 끝이 길게 자라서 뒤로 젖혀진다. 종자는 날개가 없고 다음해 10월에 익으며 길이 12∼18mm, 지름 12mm로서 식용 또는 약용으로 한다.

  생약명(生藥銘)은 해송자(海松子)이다. 배젖에는 지방유 74%, 단백질 15%가 들어 있으며 자양강장 효과가 있다. 약용으로 중풍, 손발 저림, 현기증, 기침, 변비, 원기 부족, 산후풍, 감기, 아이의 설사, 이질에 효능이 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산후통과 뼈마디가 아픈 것, 어지럼증 등을 치료하며 피부를 윤기 나게 하고 오장을 좋게 한다. 허약하고 여위어 기운이 없는 것을 보한다고 했다.

민간요법에서 씨앗(해송자, 海松子)은 가을에 채취하여 겉껍질을 벗겨 햇볕에 말려 쓰거나 생것을 쓴다. 중풍, 손발 저린 데, 현기증, 기침, 변비, 기력 없는 데, 산후풍에 말린 것 10g을 먹는다. 잎(백엽, 柏葉)은 수시로 채취하여 햇볕에 말려 쓰거나 생것을 쓴다. 감기, 아이의 설사, 이질에 생것 50g을 물 300㎖에 달여서 마신다.

식용으로 식용으로 익은 씨앗을 견과로 먹거나 죽을 끓여 먹으며 고명으로도 쓴다. 옛 왕실에서는 왕이 허약해지면 잣술인 송자주(松子酒)를 담가서 상복시켜 왔으며 왕실이 애용하던 가장 오래된 과실주이자 약술이었다. (참고자료: 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서울대학교출판부), 네이버·다음 지식백과/ 글과 사진: 이영일생명과학 사진작가) [이영일∙고앵자/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