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경이[학명: Plantago asiatica L.]는 질경이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길빵귀, 길장구, 배부장이, 베짜개, 부이(芣苢), 차과로초(車過路草), 차전초(車前草)라고도 한다. 생명력이 매우 강해 차 바퀴나 사람의 발에 짓밟혀도 다시 살아난다 하여 질긴 목숨이라는 뜻에서 질경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전해진다. 차전초는 수레바퀴 자국 속에서도 강인하게 번식한다 하여 붙은 이름이며,〈본초강목〉에서는 이 풀이 소 발자국에서 나기 때문에 차전채(車前菜)라 이름하였다. 또 조개를 닮았다 하여 배합조개, 뱀조개씨로 불리며, 개구리가 까무러쳤을 때 질경이 잎을 덮어 두면 다시 살아나 도망쳤기 때문에 개구리잎이라는 이름도 있다. 학명의 ‘plantao adiatica’로 ‘발바닥으로 옮긴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꽃말은 ‘발자취’이다.
질경이는 길이 있는 한, 밟혀서 자라고 자기 씨앗을 옮겨 번식한다. 그래서 질경이는 민초의 삶에 비유되기도 한다. 민초, 잡초, 징한 삶, 질기고 질긴 생명력, 이런 의미를 지녀서 그런지 질경이는 뿌리부터 씨앗에 이르기까지 먹지 않는 부분이 없다. 만병에 좋은 약으로, 음식 재료로서도 전혀 손색이 없다. 질경이를 '차전초'라고도 부르며, 피를 멎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름에 얽힌 중국의 일화를 소개한다.
「한나라에 마무(馬武)라는 장수가 있었다. 그는 군사를 이끌고 전쟁터로 갔다. 산 넘고 강 건너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사막을 지나게 되었다. 사람도 지쳤고 식량과 물이 부족하여 많은 병사들이 죽어갔다. “군사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회군하자.” 병사들은 아랫배가 붓고 눈이 쑥 들어가고 피오줌을 누는 ‘습열병’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말도 피오줌을 누면서 하나 둘 쓰러졌다. 그런데 말 한 마리가 생기를 되찾고 맑은 오줌을 누는 것이 아닌가. 말은 마차 앞에 있는 돼지귀처럼 생긴 풀을 열심히 뜯어먹고 있었다. “맞아! 이 풀이 피오줌을 멎게 한 거야.” 병사는 곧 그 풀을 뜯어서 국을 끓여 먹었다. 오줌이 맑아지고 퉁퉁 부었던 아랫배도 본래 모습을 찾았다. “그 풀을 수레바퀴 앞에서 처음 발견했다고 하니 이름을 ‘차전초’라고 부르면 어떻겠느냐?” 그 뒤로 사람들은 그 풀을 차전초라고 부르게 되었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란다. 줄기는 땅속줄기(地下莖)를 벋으며, 큰 무리를 만들고 뿌리에서 난 잎(根生葉)이 잎자루가 긴 로제트모양이다. 잎 가장자리는 물결치듯 하고, 나란히 맥처럼 보이는 유관속 다발이 잎 뒷면에 뚜렷하게 보이며, 잡아당기면 질기고, 엽질(葉質)도 억센 편이다.
꽃은 5~8월에 뿌리에서 직접 꽃대(花莖)가 나와 직립하고, 백색 꽃이 밑에서부터 위로 순차적으로 이삭꽃차례모양(穗狀)으로 밀생한다. 여윈열매(蒴果)로 뚜껑이 열리듯이 익으면 옆으로 터지면서, 흑색 종자 6~8개가 튕겨져 나오며, 물기를 접하면 점액이 생긴다.
생약명(生藥銘)은 차전(車前), 차전자(車前子)이다. 질경이는 예로부터 만병통치약으로 불릴 정도로 활용 범위가 넓고 약효도 뛰어난 식물이다. 주로 비뇨기와 호흡기 질환을 다스린다. 씨앗은 변비에 좋다. 비만 치료를 위한 건강보조식품의 성분에 종종 차전초(車前草) 씨앗이라고 명기된 것을 볼 수 있다. 숙변을 빼기 위해 넣은 것이다. 몇 주 동안 꾸준히 먹으면 변비만이 아니라 숙변까지 제거된다. 질경이를 오래 먹으면 몸이 가벼워져서 언덕을 능히 뛰어넘게 된다. 그래서 '장수식물'이라고 한다. 약으로 쓸 때는 탕으로 하거나 환제 또는 산제로 하여 사용하며 생즙을 내서 쓴다. 각종 혈증에 즙을 내어 5~6회 복용한다. 술을 담가서도 쓴다.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 ‘길형채(吉刑菜)’라는 향명이 기록되어 있으며, 분명 길(질)에서 나는 나물이란 의미로 불렀던 이름이다. 질경이가 가장 푸르고 싱싱하게 자라는 시기, 음력 5월 5일을 가장 알맞은 채취시기라는 것까지 적시하고 있다. 종자나 잎을 차 대용으로 끓여 마시기도 한다. 김치를 담그거나 된장 장아찌의 맛이 각별하다. 살짝 쪄서 깻잎 장아찌 담그듯이 해 먹어도 좋다. 질경이잎과 줄기는 말려 두었다가 끓여서 음료수로 마시기도 한다. 또 질경이 효소를 담가서 먹기도 한다. 물론 질경이로 술을 담가도 좋다. 이처럼 질경이는 사용하지 않는 부위가 거의 없다. (참고자료: 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서울대학교출판부), 네이버·다음 지식백과/ 글과 사진: 이영일생명과학 사진작가) [이영일∙고앵자/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