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나무[학명: Kalopanax pictum var. typicum NAKAI]는 두릅나무과의 낙엽활엽관목이다. 정동목(丁桐木), 해동목(海桐木), 엄목(嚴木), 아목(牙木), 자추, 자풍수, 음나무, 응개나무, 엉개나무, 개두릅나무, 멍구나무, 며느리채찍나무, 당음나무, 당엄나무, Tree-Aralia Castor-Aralia라고도 한다. 가시가 엄(嚴)하게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 모양새의 특징을 더 잘 나타내는 것 같다. 그러나 국가식물표준목록에는 음나무가 올바른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다. 물갈퀴가 달린 오리발처럼 생긴 커다란 잎이 특징이다. 옛사람들은 오동나무 잎과 비슷한데 가시가 있다는 뜻으로 자동(刺桐)이라 했다. 다른 이름인 해동목(海桐木) 역시 오동나무 잎을 비유한 이름이다. 엄나무와 가시오가피 나무는 줄기에 가시가 있다. 엄나무잎은 나물로 먹지만 가시오가피 잎은 나물로 먹지 않는다. 관상용, 식용(어린잎), 공업용(목재, 기구재), 약용(뿌리줄기 껍질)이다. 꽃말은 ‘경계’, ‘방어’이다.
옛사람들은 음나무를 대문 옆에 심어두거나, 가시 많은 가지를 특별히 골라 문설주나 대문 위에 가로로 걸쳐 두어 잡귀를 쫓아내고자 했다. 험상궂은 가시가 돋아 있는 음나무 가지는 시각적으로 귀신이 싫어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또 저승사자가 검은 도포자락을 펄럭이고 다니듯이, 잡귀도 도포를 입고 다닌다고 상상한 것 같다. 음나무 가시는 도포를 입은 귀신에게는 신경 쓰이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적어도 도포자락을 걷어 올려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터다.
음나무가 이렇게 ‘벽사(辟邪) 나무’로 인식된 탓에 경남 창원시 신방리의 천연기념물 제164호로 지정된 음나무를 비롯하여 마을을 지켜주는 당산나무로 보호받는 곳이 50여 군데나 된다. 경기도 민속자료 제8호인 일산 호수공원 부근의 ‘밤가시 초가’의 대문 위에는 가시가 촘촘한 음나무 가지가 가로로 얹혀 있다. 특히 ‘금슬이 좋다’고 할 때의 슬(瑟)이란 악기는 앞판은 오동나무, 뒤판은 음나무나 밤나무로 만들어 25줄을 매어서 탄다.
전국 각지에서 자란다. 줄기에 많은 가시가 돋아 있다. 잎은 서로 어긋나게 자리하며 둥글고 5~9갈래로 반 정도의 깊이까지 갈라지는데 팔손이나무의 잎과 흡사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매우 커서 길이와 너비가 모두 20~30cm나 된다. 잎 표면에는 털이 없고 윤기가 나며 뒷면의 잎맥 겨드랑이에는 담갈색의 털이 많다. 잎의 밑동은 심장 꼴로 패여 있다.
꽃은 7~8월에 새 가지의 끝에서 자라난 10대 안팎의 긴 꽃대 끝에 각기 작은 꽃이 우산 꼴로 뭉쳐 피어난다. 꽃의 지름은 5mm쯤 되며 노란빛을 띤 녹색으로 일찍 떨어져 버리는 4~5장의 작은 꽃잎을 가지고 있다. 꽃이 지고 난 뒤에는 많은 열매가 뭉쳐 달리며 가을에 검게 익는다.
생약명(生藥銘)은 해동피(海桐皮), 자추피(刺楸皮), 해동피(海東皮)이다. 칼로톡신(Kalotoxin), 칼로사포닌(Kalosaponin) 등의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봄 또는 여름에 채취하여 거친 겉껍질을 벗기고 햇볕에 말린다. 쓰기에 앞서서 잘게 썬다. 한방에서는 수피(樹皮)를 채취하여 약재로 이용한다. 한방에서는 관절염, 종기, 암, 피부병 등 염증질환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신경통에도 잘 들으며, 만성 간염 같은 간장질환에도 효과가 크다. 나무에서 얻은 추출액은 갈증을 해소하는 소갈약으로 쓴다. 말린 약재를 1회에 3~8g씩 200cc의 물로 뭉근하게 달여서 복용한다. 옴과 종기에는 약재를 가루로 빻아 기름에 개어서 환부에 바른다.《동의보감》에는 “허리나 다리를 쓰지 못하는 것과 마비되고 아픈 것을 낫게 한다. 적백이질, 중악과 곽란, 감닉, 옴, 버짐, 치통 및 눈에 피가 진 것 등을 낫게 하며 풍증을 없앤다”라고 했다.
엄나무의 어린 새순은 나물로도 흔히 먹는다. 봄철에 연한 새순을 살짝 데쳐 양념을 해서 먹으면 독특한 맛과 향이 난다. 궁합음식정보로 단백질이 풍부한 닭과 엄나무를 같이 넣어 삼계탕을 끓여 먹으면 기력보충하는데 궁합이 맞다. 열량이 적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속껍질이나 뿌리를 이용하여 술을 담그거나 약재료로 사용한다. (참고자료: 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서울대학교출판부), 네이버·다음 지식백과/ 글과 사진: 이영일생명과학 사진작가) [이영일∙고앵자/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