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원추리[학명: Hemerocallis fulva f. kwanso (Regel) Kitam.]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지인삼(地人蔘), 누로과(漏盧果), 홑왕원추리, 겹원추리, 가지원추리, 넘나물, 수넘나물, Day-lily라고도 한다. 관상용, 식용, 약용으로 이용한다. 왕원추리 중에서 꽃잎이 홑꽃인 유사종을 홑왕원추리라 한다. 꽃말은 ‘기다리는 마음’이다.
원추리에는 얽힌 여러 가지 시와 이야기가 전해온다.「옛날에 한 형제가 부모를 모두 여의고 슬픔에 잠겨 매일 눈물로 세월을 보내게 되었다. 그런 어느 날, 형은 슬픔을 잊기 위해 부모님의 무덤가에 원추리를 심었고 동생은 부모님을 잊지 않으려고 난초를 심었다. 세월이 흘러 원추리를 심은 형은 시간이 지나면서 슬픔을 잊고 열심히 일을 했지만, 난초를 심은 동생의 시름은 나날이 깊어만 갔다. 돌아가신 부모도 작은 아들이 안타까웠던지 하루는 동생의 꿈에 나타나 말했다. "사람은 슬픔을 잊을 줄도 알아야 한다." 부모님의 꿈속 당부에 따라 동생도 원추리를 심고 슬픔을 잊었다」고 한다. 그래서 원추리는 일명 망우초(忘憂草)라고도 불린다.
중국 당나라 현종이 양귀비와 함께 청화궁에 놀러갔다가 모란의 가지 하나를 꺾어 번갈아 향기를 맡아보다가 ‘不惟萱草 忘憂此花 尤能醒酒 훤초는 근심을 잊게 해주고, 모란은 술을 잘 깨게 해준다’고 한말이다. 여기서 훤초(萱草)는 원추리 훤(萱)자를 쓴 원추리의 한자어이다.
산림경제(山林經濟)에서는 원추리 또는 업나믈이라 했고, 훈몽자회(訓蒙字會)에서는 훤(萱)은 '넘나믈'이라 했다.
옛 사람들은 임산부가 원추리 꽃봉오리 말린 것을 갖고 다니면 아들을 낳는다고 믿었다. 또 부인들이 원추리꽃을 머리에 꽂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 또한 남아 선호 사상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원추리의 긴 꽃봉오리 모양이 아기의 고추를 닮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 때문에 원추리 꽃을 의남화(宜男花)라 불렀다. 꽃이 지고 나면 전체가 오무라져 붙어버리기 때문에 합환화(合歡花)라고 했다.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모양에서 부부의 금슬을 생각했던 것 같다.
원추리 꽃에는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정유물질이 들어 있다고 한다. 중국의 옛 황실에서는 꽃을 말려 베개 속을 채웠다. 꽃에서 풍기는 향기가 정신을 혼미하게 하고 성적 감흥을 일으켜 부부의 금슬을 좋게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원추리를 황금의 베개를 뜻하는 금침화(金枕花)라 했는지 모른다. 침실 뒤뜰에 은밀히 심는 것도 알고 보면 부부의 금슬이 좋아지길 바라는 뜻이 담겨 있다.
남의 어머니를 훤당(萱堂)으로 높여 부르는 것은 어머니들이 거쳐하는 내당 뒤뜰에 원추리를 많이 심기 때문이다. 원추리 나물을 많이 먹으면 취해서 의식이 몽롱하게 되고 무엇을 잘 잊어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근심 걱정까지 날려 보내는 꽃이라 하여 망우초(忘憂草)라 했다.
시경(詩經)에는 전장으로 떠난 님을 그리며 슬픔을 잊기 위해 원추리를 심는다고 했다.「伯兮朅兮(백혜걸혜 낭군의 늠늠한 모습이여/ 邦之桀兮 나라의 영걸이네/ 伯也執殳 낭군은 창을 들고/ 爲王前驅 왕을 위해 앞장서네/ 自伯之東 님께서 동으로 떠나신 후/ 首如飛蓬 내 머리는 날리는 쑥대 같네/ 豈無膏沐 어찌 기름바르고 감지 못하랴만/ 誰適爲容 누구를 위해 단장하나/ 其雨其雨 비 내릴 듯, 비 내릴 듯/ 杲杲出日 쨍쨍 햇빛 난다/ 願言思伯 애타게 낭군을 그리워하니/ 甘心首疾 머리 좀 아픈들 어떠랴/ 焉得諼草 어디에서 훤초를 얻어서/ 言樹之背 어디 뒷곁에나 심어볼까/ 願言思伯 애타게 낭군을 그리워하니/ 使我心痗 내 마음만 고통스럽네」이 시는 부인이 전쟁에 나가 오래토록 돌아오지 않는 낭군을 그리워하며 고통스러운 마음을 노래한 것이다. 애타는 마음의 고통과 두통을 잊고자 원추리를 구해다가 뒷뜰에 심겠다는 마음을 시로 표현한 것이다.
신숙주의 시조 ‘망우훤초(忘憂萱草)’「雨餘階畔綠芽長 비 지나서 뜰 옆에는 파란싹이 자라더니/ 日午風輕翠影凉 해는 한낮 바람 솔솔 그 그림자 서늘하다/ 繁枝亂葉眞多事 숱한 가지 얽힌 잎새 참으로 일 많으니/ 我正無憂賴爾忘 너로 하여 잊었거니 아무 시름 내 없노라」
이 밖에도 원추리를 모애초(母愛草)라고도 하였고 노란 꽃을 나물로 하는 까닭에 황화채(黃花菜) 또는 화채(花菜)라 불렸다. 초봄에 원추리의 초록 싹을 따 나물로 무치고 국을 끓여 먹었으며 꽃봉오리를 따 말려두고 나물로 했다. 독이 전혀 없어서 뿌리와 줄기, 꽃과 잎 모두를 식용으로 하는 원추리는 ‘넘나물’로 불렸는데 이미 아득한 고대부터 신비로운 약초로 중시한 꽃이었다.
산지나 초원에서 자란다. 뿌리는 노란색이고 양 끝이 뾰족한 원기둥 모양으로 굵어진다. 잎은 뿌리에서 나와 2줄로 배열되어 마주나고 넓은 줄 모양이며 털이 없다. 꽃줄기는 잎 사이에서 나와 1m 내외로 자라고 윗부분이 갈라져서 꽃과 포(苞)가 달린다.
꽃은 7~8월경에 길이 10cm, 지름 10cm 정도로 노란빛이 도는 주황색이며 작은꽃줄기는 길이 2cm 정도이고, 꽃자루 끝이 2개로 갈라져 많은 겹꽃이 핀다. 열매를 맺지 못한다.
베짱이[학명: 학명Hexacentrus japonicus japonicus Karny]는 여치과의 자연에 곤충 친구가 함께 하고 있어 더욱 아름답다. 직조충, 이슬여치, 종사, Long-horned, Orthoptera라고도 부른다. 베짱이는 동화 속에 부지런한 개미와 달리 대표적인 게으름을 피는 곤충으로 등장하여,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벌레이다.
베짱이류는 여치보다 작고 날씬하며 날개가 길어 잘 나는 특징을 가진다. 베짱이는 여치과의 베짱이아과에 속하며 실베짱이아과에 실베짱이, 줄베짱이 등 8종이 기록되어 있다. 베짱이 중 몸이 가늘고 연약한 종류에는 ‘실’을 붙여 구분하기도 한다.
베짱이의 울음소리는 베를 짜는 베틀이 움직이는 소리와 비슷하다 하여 중국에서는 ‘직조충(織造蟲)’이라는 말로 부르기도 하였다. 중국에서 베짱이를 일컫는 ‘종사(螽斯)’는 베짱이류가 알을 많이 낳은 모습이 자손이 번창함을 의미한다고 본 것이다.
생약명(生藥銘)은 훤초근(萱草根), 원초(湲草), 의남(宜男), 여총이다. 이뇨, 소종 등의 효능이 있으며 여성의 몸을 보해준다고 한다. 적용질환은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증세를 비롯하여 수종, 황달, 월경불순, 대하증, 월경과다, 젖이 나오지 않는 증세, 유선염 등이다. 성분은 아데닌(Adenin), 콜린(Cholin), 아르기닌(Arginin) 등이 함유되어 있다. 가을에 굴취하여 햇볕에 말려서 쓰기에 앞서서 잘게 썬다. 말린 약재를 1회에 2~4g씩 200cc의 물로 달여서 복용하거나 생즙을 내어 복용하는 것도 좋다. 어린순을 나물로 하거나 국에 넣어 먹는다. 감칠맛이 있으며 달다. 특히 고깃국에 넣으면 맛이 일품이다. 조리에 앞서서 가볍게 데쳐 찬물에 헹구기만 하면 된다. (참고자료: 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서울대학교출판부), 네이버·다음 지식백과/ 글과 사진: 이영일 생명과학 사진작가) [이영일∙고앵자/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