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나무[학명: Poncirus trifoliata (L.) Raf.]는 운향과의 낙엽관목이다. 점자(粘刺), 동정(同庭), 상각(商殼), 구귤나무(枸橘-)라고도 한다. 나무 자체는 별로 쓰임새가 없을 것 같으나 북채를 만드는 나무로 탱자나무를 최고로 친다. 소리꾼은 탱자나무 북채로 박(拍)과 박 사이를 치고 들어가면서 북통을 ‘따악!’ 하고 칠 때 울려 퍼지는 소리에서 희열을 맛본다고 한다. 열매는 약용, 생울타리용, 귤나무 대목(臺木)으로 활용한다. 꽃말은 추억이다.
탱자나무는 흔한 쓰임의 울타리 이외에, 국토방위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던 나라지킴이 나무였다. 옛날에는 성을 쌓고 주위에 ‘해자(垓字)’라 하여 둘러가면서 못을 파고 그도 모자라 성 밑에 탱자나무를 심었다. 특별한 장비를 갖추지 않으면 탱자나무 가시를 뚫고 성벽을 기어오르는 일이 녹녹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성을 탱자성이란 뜻으로 ‘지성(枳城)’이라 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성은 충남 서산의 해미읍성이다.《신증동국여지승람》에 보면 “성 밖은 탱자나무 숲(枳林)으로 둘러싸여 있다”라는 기록이 나온다. 강화도에 있는 천연기념물 78호와 79호로 지정된 탱자나무 역시 외적을 막기 위해 심었다.
옛날 사람들은 동네에 전염병이 돌면 가시가 많이 붙은 탱자나무나 음나무 가지를 꺾어다가 안방 문 위에 걸어 놓는 풍습이 있었는데,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시골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모습들이다.
겨울날의 탱자나무 울타리는 참새들의 천국이다. 매가 하늘에 떠 있어도 참새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이리저리 가시가 뻗어 있어서 막대기 하나 들어갈 틈이 없어도 참새들은 순식간에 들어가 버릴 수 있어서다. 박경리의 대하소설《토지》에서 최 참판 댁의 설명을 보면 “사랑 뒤뜰을 둘러친 것은 야트막한 탱자나무 울타리다. 울타리 건너편은 대숲이었고, 대숲을 등지고 있는 기와집에 안팎일을 다 맡고 있는 김 서방 내외가 살고 있었는데······”라고 했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탱자나무는 대부분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다.
탱자나무의 가장 비극적인 쓰임은 위리안치(圍籬安置)다. 이는 옛날 죄인을 귀양 보내 주거지를 제한하는 형벌로서 집 주위에 탱자나무를 빙 둘러 심어 바깥출입을 못하게 한 것을 말한다. 길게는 이렇게 수십 년을 보냈으니 애꿎은 탱자나무만 원망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늦봄에 피는 새하얀 꽃은 향기가 그만이고, 가을에 열리는 동그랗고 노란 탱자열매는 험상궂은 외모와는 달리 친근하게 우리 곁에 있다. 먹을거리가 부족하던 시절의 어린아이들은 먹음직하게 생긴 탱자열매에 군침을 삼켰다. 지독한 신맛에 얼굴을 찡그려 가면서도 한두 개는 먹어치웠다. 또한 호랑나비 애벌레들이 탱자나무 잎을 먹이로 좋아 하기에 호랑나비가 신비스럽게 우화하는 모습도 종종 봤던 추억도 새롭다.
중국 원산이며 한국(경기도 이남)에 분포한다. 강화도의 갑곶리와 사기리에서 자라는 것은 각각 천연기념물 제78호, 제79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병자호란 때 심었던 것이다. 높이 3∼4m이다. 가지에 능각이 지며 약간 납작하고 녹색이다. 가시는 길이 3∼5cm로서 굵고 어긋난다. 잎은 어긋나며 3장의 작은잎이 나온 잎이고 잎자루에 날개가 있다. 작은잎은 타원형 또는 달걀을 거꾸로 세워놓은 모양이며 혁질(革質:가죽 같은 질감)이고 길이 3∼6cm이다. 끝은 둔하거나 약간 들어가고 밑은 뾰족하며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다. 잎자루는 길이 약 25mm이다.
꽃은 5월에 잎보다 먼저 흰색으로 피고 잎겨드랑이에 달린다. 꽃자루가 없고 꽃받침조각과 꽃잎은 5개씩 떨어진다. 수술은 많고 1개의 씨방에 털이 빽빽이 난다. 보통 귤나무류보다 1개월 정도 먼저 꽃이 핀다. 열매는 장과로서 둥글고 노란색이며 9월에 익는데, 향기가 좋으나 먹지 못한다. 종자는 10여 개가 들어 있으며 달걀 모양이고 10월에 익는다.
생약명(生藥銘)은 지실(枳實), 지각(枳殼), 구귤(枸橘)이다. 건위, 이뇨, 거담, 진통, 이담 등의 효능을 가지고 있다. 적용질환으로는 소화불량, 변비, 위통, 위하수, 황달, 담낭질환, 가슴과 배가 부풀어오는 증세, 자궁하수 등이다. 그밖에 건위제나 지사제로도 쓴다. 이소사쿠라네틴(Isosakuranetin), 스킴미아닌(Skimmianine), 키코쿠틴(Kikokuetin), 네오헤스페리딘(Neohesperidin), 폰키린(Poncirin) 등이 함유되어 있다. 익기 전인 열매를 6월경에 채취하여 적당한 두께로 썰어 햇볕에 말려서 그대로 쓴다. 말린 약재를 1회에 2~4g씩 200cc의 물로 뭉근하게 달이거나 가루로 빻아 복용한다. 약으로 쓸 때는 탕으로 하거나 환제 또는 산제로 하여 사용하며, 술을 담가서도 쓴다.
《동의보감》에 보면 탱자열매는 피부병, 열매껍질은 기침, 뿌리껍질은 치질, 줄기껍질은 종기와 풍증을 치료하는 귀중한 약재로 쓰였다. 또한 꽃에는 정유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화장품을 비롯한 각종 향료를 만드는 재료로도 쓰인다. (참고자료: 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서울대학교출판부), 네이버·다음 지식백과/ 글과 사진: 이영일 생명과학 사진작가) [이영일∙고앵자/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