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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원식물. 해녀들의 만성두통 치료제, 순비기나무[蔓荊子]

들풀/이영일 2018. 9. 28. 15:54


  순비기나무[학명: Vitex rotundifolia L. f.]는 마편초과의 상록활엽관목이다. 단엽만형(單葉蔓荊), 황형(黃荊), 소형(小荊), 대형자(大荊子), 육속환(陸續丸), 보형(甫荊), 백포강(白蒲姜), 증발실(增發實), 만형자나무, 승범실, 풍나무라고도 한다.《당초본》에는 “만형(蔓荊)이란 이름은 새로 돋는 줄기가 덩굴져 나기 때문에 지어진 것이다.”라고 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만생하기 때문에 만형자(蔓荊子)라 한다는 것이데, 만생(蔓生)이란 덩굴성식물이란 뜻이다. 그러나 순비기나무는 늘푸른 떨기나무이지 덩굴성 식물이 아니다. 모래 위에서 비스듬히 자라기에 이런 약초명이 붙였나 보다. 제주 해녀들이 물속에서 숨을 참고 있다가 물 위로 올라오면서 내는 숨소리를 ‘숨비소리’, 혹은 ‘숨비기 소리’라고 한다. 순비기나무는 해녀들의 만성 두통 치료제로 애용되었다. 이름은 여기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식물의 다른 이름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식물의 쓰임이 그처럼 많다는 이야기다. 꽃말은 보랏빛 그리움, 그리움이다.

  황해도 이남의 바닷가의 모래땅이나 잔돌이 많으며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자란다. 바닷가 모래땅에서 옆으로 자라면서 뿌리가 내린다. 커다란 군락을 형성하며 높이 20∼80cm이다. 전체에 회색빛을 띤 흰색의 잔털이 있고 가지는 네모진다. 잎은 마주달리고 타원형 또는 달걀을 거꾸로 세운 듯한 모양이며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가지와 더불어 은빛을 띤 흰색이 돈다. 잎 뒷면에는 잔털이 빽빽이 난다.

  꽃은 7∼9월에 피고 자줏빛 입술 모양 꽃이 원추꽃차례에 달린다. 꽃받침은 술잔처럼 생기고 털이 빽빽이 난다. 화관은 지름 약 13mm이고 4개의 수술 중 2개가 길며 꽃밥은 자줏빛이다. 암술은 1개이고 암술대는 2개로 갈라진다. 열매는 핵과로 딱딱하고 둥글며 9∼10월에 검은 자주색으로 익는다.

  생약명(生藥銘)은 열매는 만형자(蔓荊子), 잎은 만형자엽(蔓荊子葉)이다. 열매와 잎에는 정유가 들어 잇는데 주요 성분은 캄펜과 피넨이다. 그리고 미량의 알카로이드와 비타민C가 들어 있다. 주로 호흡기, 신경계, 안과 질환에 효험이 있다. 열매를 두통, 편두통, 치통, 귀가 윙윙 울리는 이명증, 뇌 속이 윙윙 울리는 뇌명증, 안질, 귓병, 타박상, 팔다리 저림과 마비증, 류머티즘 동통(疼痛), 피부와 모발을 윤택하는 효능이 있다. 구충제(驅蟲劑)로도 쓰인다.

  생활 한방에서는 두통이나 눈이 충혈되어 아프고 눈물이 날 때, 뇌명이나 이명 증상이 잇을 때에는 만형자 12g를 끓여 마시면서 만형자와 단국화[감국:甘菊]를 넣은 베개를 베고 잔다. 또한 창상이 있을 때 만형자 생잎을 찧어서 붙이면 금방 지혈된다.

  순비기나무는 열매가 여무는 가을에 채취한다. 햇볕에 말려 건조한 곳에 저장하여 습기나 곰팡이가 끼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말린 열매는 둥근 공 모양으로 지름이 4∼6cm이다. 잎과 가지에는 향기가 있어 목욕탕 물에 넣어 향료로도 쓴다. 위가 약하거나 양기가 너무 허약하면 복용에 주의 한다. (참고자료: 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서울대학교출판부), 우리약초로 지키는 생활한방(김태정∙신재용.이유), 네이버·다음 지식백과/ 글과 사진: 이영일·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 [이영일∙고앵자/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