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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원식물.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의 미, 주목[朱木]

들풀/이영일 2018. 10. 8. 18:25


  주목[학명: Taxus cuspidata Siebold & Zucc.]은 주목과의 상록교목이다. 어린 가지는 녹색이지만 해묵으면 큰 가지와 본줄기가 붉어진다 하여 이름이 주목(朱木)이라고 한다. 적목(赤木), Japanese yew라고도 한다. 관상용으로 심으며, 목재는 심재가 유달리 붉고 질이 좋기 때문에 고급 가구재나 장식재로 최고급품이며, 중세 유럽에서는 단단하고 탄력이 있기 때문에 활을 만드는데도 쓰였다. 주목 종자는 창조주의 걸작 중에 걸작이랄 수 있듯이 다른 나무와는 달리 아름다운 빨간 가종피에 싸여 있는 종자를 볼 수 있는데, 동물들은 이 주목 열매를 아주 좋아한다. 이것은 우리의 인간관계가 일방적이지 않은 것과 같다. 종의(種衣)는 식용하고, 잎은 약용한다.

  유사종으로 회솔나무는 엽폭이 3-4.5mm이며 중부 이북과 울릉도에서 자란다. 설악눈주목은 원줄기가 옆으로 기며 가지에서 뿌리가 발달하여 눈잣처럼 된다. 구주주목은 유럽, 북미, 북아프리카 등이 원산이며 서구의 정원에 여러가지 모양으로 깎아 다듬어가며 기른다. 꽃말은 고상함, 비애, 죽음이다.

  주목은 명산의 꼭대기에는 어디에서나 은근하게 우리를 맞아주는 나무다. 늙은 주목들은 비틀어지고 꺾어지고 때로는 속이 모두 썩어버려 텅텅 비워버린 몸체가 처연하기까지 하다. 그런 부실한 몸으로 매서운 한겨울의 눈보라에도 여름날의 강한 자외선에도 의연히 버티면서 굵기가 한 뼘 남짓하면 나이는 수백 년, 한 아름에 이르면 지나온 세월은 벌써 천 년이 넘는다. 주목은 성질이 고고하여 사람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산꼭대기에 산다고 한다.

  옛사람들에게 붉은 주목은 잡귀신을 물리치는 데 쓰이는 벽사(辟邪) 나무였다. 아울러 몸체 일부에서 ‘탁솔(Taxol)’이라는 항암물질을 만들어내는 만큼 나무를 썩게 하는 미생물들도 함부로 덤비지 못한다. 천천히 세포 속을 다지고 필요할 때는 향기도 조금씩 넣어 가면서 정성스레 ‘명품’을 만들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주목의 속살이 명품임을 먼저 알아준 이는 바로 절대 권력자들이었다. 살아생전에 누리던 기득권을 저승길에서도 언감생심 주목과 함께 가져가고 싶어 했다. 우선은 자신의 주검을 감싸줄 목관(木棺)으로 주목을 따를 나무가 없었다. 중국의 지리지인《성경통지(盛京通志)》란 옛 책에 보면 “주목은 향기가 있고 목관으로서 가치가 높아 아주 귀하게 쓰인다”라고 했다. 서양에서도 주목을 관재로 쓴 예가 여럿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평양 낙랑고분, 경주 금관총, 고구려 무덤인 길림성 환문총의 나무 관(棺) 등에 모두 주목이 쓰였다. 귀하신 몸과 함께 땅속에는 같이 들어갔지만, 주인의 간절한 바람과는 아랑곳없이 2천 년 된 낙랑고분에서처럼 주목은 거의 원형 그대로 남아 있고, 권력자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부질없는 욕심은 이렇게 허망하다.

  그 외에 우리 주목과 모양이 조금 다른 중국 주목 (학명 Taxus chinensis)은 톱밥을 물에 우린 다음 궁중에서 쓰는 붉은색 물감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고급 활을 만드는 재료에서부터 임금을 알현할 때 손에 드는 홀(笏)에 이르기까지 주목은 육신을 나누어 주어야 할 곳이 너무 많았다. 흔히 주목의 특징을 얘기할 때 하는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주목은 아스라이 먼 3억만 년 전부터 지구상에 자리를 잡아오다가, 한반도에서 새 둥지를 마련한 세월만도 2백만 년이 훨씬 넘는다고 한다. 몇 번에 걸친 빙하기의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고 자자손손 삶을 이어왔다. 어릴 때부터 많은 햇빛을 받아들여 더 높이, 더 빨리 자라겠다고 발버둥치지 않는다. 아주 천천히 숲속의 그늘에서 적어도 몇 세기를 내다보는 여유가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 성급한 주위의 다른 나무들은 어느새 수명을 다할 것이니 그날이 오기를 조용히 기다린다. 하루 종일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주목이 주는 메시지는 한 번쯤 곱씹어 볼 만하다.

  우리 나라 고산 지대에서 자란다. 높이 17m, 지름 1m에 달한다. 가지가 사방으로 퍼지고 큰가지와 원대는 홍갈색이며 껍질이 얕게 띠 모양으로 벗겨진다. 잎은 줄 모양으로 나선상으로 달리지만 옆으로 벋은 가지에서는 깃처럼 2줄로 배열하며, 길이 1.5~2.5mm, 너비는 2∼3mm로 표면은 짙은 녹색이고 뒷면에 황록색 줄이 있다. 잎맥은 양면으로 도드라지고 뒷면에는 가장자리와 중륵 사이에 연한 황색의 기공조선(氣孔條線:잎이 숨쉬는 부분으로 보통 잎 뒤에 흰 선으로 나타남)이 있다. 잎은 2∼3년 만에 떨어진다.

  꽃은 잎겨드랑이에 달리고 단성화이며 4월에 핀다. 수꽃은 갈색으로 6개의 비늘조각으로 싸여 있고 8∼10개의 수술과 8개의 꽃밥이 있다. 암꽃은 녹색으로 달걀 모양이며 1∼2개씩 달리며 10개의 비늘조각으로 싸여 있다. 열매는 핵과(核果)로 과육은 종자의 일부만 둘러싸고 9∼10월에 붉게 익는다.

가을에 콩알 만한 크기로 빨갛게 익는 열매는 한가운데가 움푹 파이고 그 안에 든 씨가 드러나 보여 마치 술잔이나 종지 속에 씨앗이 들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씨앗을 싸고 있는 과육 부분을 가종피(假種皮)라고 하는데, 이는 종자껍질과 비슷하지만 진짜가 아니고 가짜라는 뜻입니다. 이 가종피는 물이 많고 단맛이 있어서 아이들이 따먹기도 하는데 독이 있어서 많이 먹으면 설사를 유발한다. 딱딱한 씨앗 속에는 독성이 강한 성분을 넣어두었다. 씹어 먹지 말고 그대로 삼켜 씨앗을 멀리 가져가 달라는 응원이자 경고인 것이다.

  생약명(生藥銘)은 주목(朱木), 적백송(赤柏松), 자삼(紫杉)이다. 이뇨, 지갈, 통경의 효능이 있고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적용질환은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증세, 신장염, 부종, 월경불순, 당뇨병 등이다.

  한국산 주목씨눈에서 항암물질인 택솔(Taxol)을 대량 증식할 수 있음이 밝혀졌으며 씨눈과 잎, 줄기에 기생하는 곰팡이를 생물공학기법으로 증식, 택솔을 대량 생산하는 방법이 개발되어 상품화되었다. 택솔은 신장병과 암을 치료하는 중요한 약재이다.

  안히드로탁시니놀(Anhydrotaxininol), 아우크빈(Aucubin), 로독산신(Rhodoxanthin), 시아도피티신(Sciadopitysin), 탁시닌(Taxinine) 등이 함유되어 있다. 가지와 잎을 가을에 채취하여 그늘에서 말려 쓰기에 앞서서 잘게 썰어서 약재로 쓴다. 말린 약재를 1회에 3~8g씩 200cc의 물로 뭉근하게 달이거나 생즙을 내어 복용한다.

  택솔은 잘 쓰면 약이 되지만 넘치면 목숨을 잃을만큼 치명적인 독이 되기도 한다. 세익스피어 '햄릿'에 형을 죽이고 왕이 되려는 클라우디우스가 잠이 든 형의 귀에 부었던 독약이 바로 주목 씨앗으로 만든 독이었다. (참고자료: 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서울대학교출판부), 네이버·다음 지식백과/ 글과 사진: 이영일 생명과학 사진작가) [이영일∙고앵자/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