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피나무[학명: Tilia insularis Nakai]는 피나무과의 낙엽활엽교목이다. 피목화(皮木花), 가수화, 달피나무, 염주나무, 보리수, Ulleungdo-linden라고도 한다.《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고 있는 상자와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를 판각한 목판도 피나무로 만들었다. 재미있는 쓰임의 하나는 밑씻개나무다. 조선의 상궁들에게 지급되는 물품 중에는 대변을 본 뒤에 닦아내는 데 쓰라고 준 얇게 켠 나뭇조각 한 묶음도 들어 있었다고 한다. 관상용, 약용, 밀원식물, 섬유자원식물, 가구재, 식용, 열매는 염주용이다. 꽃말은 부부애이다.
잎에 털이 없는 것과 있는 것 등 두 종류로 구분되며, 털이 없는 것에는 피나무, 털피나무, 섬피나무, 뽕잎피나무, 연밥피나무 등이 있다. 털피나무는 잎의 뒷면 전체에 갈색 털이 있고 나머지는 맥겨드랑이에만 있으며 울릉도에서 자라는 섬피나무를 비롯하여 뽕잎피나무·피나무·연밥피나무가 이에 속한다. 털이 돋는 종류 중에서는 열매에 능선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으며 전자에 찰피나무와 웅기피나무가 있고, 후자에는 염주나무, 개염주나무, 보리자나무 등이 있다.
피나무의 또 다른 이름은 보리수다. 불교가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석가의 해탈과 관련된 나무라 하여 절에서 많이 심고 있으나, 부처님이 도를 깨우친 진짜 인도보리수는 따라오지 못했다. 불교와 관련된 보리수는 사유수 또는 인도보리수라고도 불리는 보오나무이다. 아열대지방인 인도에서 자라는 나무라 북쪽 지방에서는 자랄 수가 없었던 탓이다. 그래서 인도보리수와 하트모양의 잎이 닮았고 염주를 만들 수 있는 열매가 열리는 피나무를, 아쉽지만 대신하여 심어 가꾸고 있다. 이후 중국과 우리나라는 피나무를 심고 보리수라 불렀다. 오늘날 속리산 법주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절에 자라는 보리수는 피나무 종류다. 식물도감을 찾아보면 ‘보리수나무(학명: Elaeagnus umbellata)’가 있는데, 진짜 보리수와 피나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별개의 나무다.
서양 사람들에는 각별한 의미가 있는 중요한 나무다. 희랍신화(希臘神話)에 바우키스(Baucis)와 필레몬(Philemon)의 이야기가 나온다. 둘은 노부부로 가난하게 살고 있었는데, 제우스(Zeus)와 헤르메스(Hermes)는 인간의 심성을 알아보기 위하여 누추한 행색으로 변장하고 이들을 찾아왔다. 집집마다 문전박대를 당한 것과 달리 노부부는 극진히 대접했다. 제우스는 인간들을 벌하기로 마음먹고 노부부의 집만 화려한 신전으로 꾸미고 나머지는 모두 홍수에 쓸려가게 했다. 노부부는 신전에서 오랫동안 화목하게 살다가 훗날 서로의 몸에서 잎이 돋아나고 가지가 자라면서 나무로 변하여 함께 죽었다. 바우키스는 피나무가 되고, 필레몬은 참나무로 변하여 서로 뒤엉켜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서양에서도 동양과 마찬가지로 피나무는 쓰임이 많은 귀중한 나무였음을 이 신화를 통해서 알 수 있다.
한국의 울릉도에서 자란다. 높이가 30m에 달하고 가지가 많이 갈라지며 일년생가지에 백색 성모가 산생하거나 털이 없고 성숙한 가지는 털이 없다. 나무껍질은 회백색이다.잎은 어긋나기하며 원형 또는 달걀모양이고 끝이 갑자기 길어진 첨두이며 심장저이고 길이 8-9cm로서 표면은 맥 위에 털이 있으나 점차 없어지며 뒷면은 회록색으로서 맥액에 백색 또는 갈색 털이 밀생하고 가장자리에 가는 톱니가 있다. 엽병은 길이 2~4cm로서 털이 없거나 끝에 잔털이 있다.
꽃은 7월에 편평꽃차례에 달리고 흰색이며 성모가 밀생한다. 포는 잎모양이고 거꿀피침모양으로서 화경과 더불어 성모가 있다. 열매는 짧은 털이 밀생하며 9~10월에 익는다.
생약명(生藥銘)은 피목화(皮木花)이다. 꽃은 발한작용이 뛰어나 감기·몸살 등에 땀을 내는 약으로 쓰이며, 신경쇠약·불면증·류머티즘 관절염·위암·위염·위궤양 등에도 쓰인다. 꽃에는 향기가 나는 정유 성분과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이 기침을 삭이고 열을 내리며 통증을 멎게 한다.
새순은 신장염에 효능이 있다. 이용 방법은 새순을 따서 그늘에 말렸다가 몸이 붓거나 소변이 잘 안 나올 때 10~15g을 달여 하루 3~5차례 나누어 마신다. 초여름 꽃이 활짝 피었을 때 따서 말린 것을 달인 차는 신경성 위장염, 신경쇠약, 불면증 등에 좋다. 속껍질을 차(茶처럼 달인 물은 고혈압이나 동맥경화에 효험이 있고, 껍질 달인 물은 기미, 주근깨에 좋다. (참고자료: 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서울대학교출판부), 네이버·다음 지식백과/ 글과 사진: 이영일 생명과학 사진작가) [이영일∙고앵자/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